우리는 영혼으로 숨 쉬며 살아야 한다. ... 생각만으로 산다면 불쌍한 존재에 불과하다.
내면의 세계는 외부 세계만큼 실제이다.... 내면의 세계에도 풍경, 형태, 가능성, 한없이 넓은 지역들이 있다.
나는 일종의 너그러움으로 충만하며,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너그럽다... 그리고 모든 존재와 하나라고 인식한다. 더 이상 이것 아니면 저것을 원하지 않으면, ‘삶’은 위대하고 선하고 매혹적이고 영원하다고 여긴다. 그리고 지나치게 자신에게 연연하고 허둥대고 실수하면 거대하고 영원한 흐름인 삶을 놓친다. 개인적 야망이 모두 사라지고, 지식과 이해에 대한 갈증이 가라앉고, 영원의 작은 조각이 휘몰아치듯 날갯짓하며 내게로 내려오는 것은 바로 그런 순간들이다. 나는 그 순간들이 매우 감사하다.
요즘은 한잔의 커피도 경외감을 지니고 마셔야 한다. 매일매일이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신이여, 요즘은 걱정이 많은 시기입니다. 오늘 밤 눈앞에 인간이 고통받는 장면들이 꼬리를 물고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진 채 어둠 속에 누워 있었습니다.... 신이여, 미리 보장할 수는 없지만, 당신을 도와 내 기력이 점점 빠져나가는 걸 멈추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즉 당신은 우리를 도울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를 돕기 위해 당신을 도와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낼 수 있는 모든 것이고, 또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신이여, 우리 안에 있는 당신의 작은 조각을 보호해야 합니다.
아, 당신이 우리의 환경과 생명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당신은 우리를 도울 수 없지만, 우리가 당신을 도와야 하며, 우리 속에 당신이 계시는 곳을 끝까지 지켜야만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단계에 이른 지금도 소중한 신인 당신을 보호하기보다 진공청소기와 은포크와 은수저를 간수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자기 몸을 간수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수많은 두려움과 비통한 심정의 피난처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적들의 손아귀에 붙잡히지 않겠다고”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당신의 품 안에 있으면 누구에게도 붙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잊고 있습니다./ 출처 : 『에티 힐레숨』 패트릭 우드하우스. 이창엽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2021 (에티 힐레숨 1914-1943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아우슈비치 유대인 수용소에서 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