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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속 세계사] ‘오! 대니 보이’

 

팔순을 맞은 외삼촌이 가까운 친지들을 모아 식사 대접을 했다. 식사 후, 술잔이 몇 번 돌자 취기에 오른 외삼촌이 가족을 불러내 애정과 고마움을 전한다. 의례적이면서도 늘 뭉클한 ‘사랑의 가족’ 모습인데 지켜보는 이들의 표정이 복잡하다.

 

부부 갈등으로 인한 수 차례의 이혼 위기, 자녀들의 가출 등 쉬쉬해도 소문 돈 지난한 가족사를 떠올렸기 때문 아닐까 싶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 한 곡조를 뽑겠다’는 삼촌이 (요즘 젊은이들에게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노래일) ‘아, 목동아’를 부른다.

 

‘산골짝마다 울리는 목동들의 피리 소리’로 시작되는데, 무한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유한한 남녀간의 사랑을 애달파하는 초원의 사랑가다.

 

삼촌 연배의 분들은 현재명 작사, 작곡의 우리 노래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실은 영국 옆 섬나라 아일랜드의 민요다. 아일랜드인들은 한 서린 자신들의 노래가 지구 반대쪽에서 ‘사랑타령’으로 바뀌어 불린다는 것을 알면 뭐라고 할까.

 

아일랜드는 700년 넘게 영국 식민지로 있던 나라다. 1916년, 분리 독립 선언하고 봉기한 아일랜드에서는 수많은 청년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전쟁터로 달려갔다. ‘아, 목동아’의 원곡 ‘오, 대니 보이’는 어린 아들을 전쟁에 보내는 늙은 아버지의 유언을 담은 곡이다.

 

오 대니 보이, 백 파이프 소리가 부르고 있네/ 골짜기로, 그리고 산마루를 따라 들려오네/여름은 가고 장미꽃도 지고 말았다/ 너는 가고 나는 슬픔을 견뎌야 한다......중략......오, 대니 보이, 난 널 사랑한다/ 만약 네가 온다면, 모든 꽃들이 지고 있을 때, 난 죽었고, 죽었다고 해도 너는 와서 내가 누워 있는 곳을 찾아라......후략......

 

‘오 대니 보이’의 노랫말을 만든 이는 프레데릭 에드워드 웨덜리(Frederic Edward Weatherly)라는 영국 변호사 겸 작곡가.

 

‘오 대니 보이’는 아일랜드의 구전곡이었다. 그러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민요 수집가인 제인 로스(1810–1879)에 의해 ‘런던데리 에어(Londonderry Air)’라는 피아노곡으로 악보화 된다. 제인 로스는 이 곡을 어느 날 창밖에서 들려온 집시풍 바이올린 소리로 만났다고 한다. 이후 수많은 이들이 이 곡에 가사를 붙여 만들어진 노래가 퍼져나갔다. 전쟁의 비극을 담은 ‘오! 대니 보이’도 그중 하나다.

 

제인 로스가 노래 제목으로 붙인 ‘런던데리 에어’의 런던데리는 ‘오! 대니 보이’ 보다 더 참담한 역사를 품고 있는 지역명이다. 19세기 중엽 , 감자 대기근으로 아일랜드 국민 200만명 이상이 굶어죽고 살아남은 이들은 신대륙 아메리카로 대거 떠났는데 그 이민선을 띄우던 항구가 런던데리에 있었다.

 

외삼촌의 ‘아! 목동아’가 외삼촌의 전쟁같은 가족사를 품고 있어 가슴 아렸는데 원곡 ‘오! 대니 보이’를 들으니 전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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