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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가정폭력 안전지킴이 약국’ 480곳 지정 했지만 감독부실로 유명무실

시민이나 약국도 지정된 줄 몰라...현판도 없어
"가정폭력 함부로 간섭할 수 있는 부분 아냐"
1년 간 신고건수 0건 캠페인 효과 없어

 

가정폭력 피해자를 조기 발견하고 보호와 지원을 강화할 목적으로 진행된 성남시 ‘가정폭력 안전지킴이 약국’. 시행된 지 1년이 지나도록 홍보는 물론 감독도 부실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경기신문 취재 결과 지난해 7월 성남시는 성남시약사회의 협조를 받아 지역 내 480곳 동네약국을 ‘가정폭력 안전지킴이 집’으로 지정했다. 약사들은 약국을 찾는 주민에게서 가정폭력 징후를 발견하면 경찰에 신고하고 피해지원 관련 정보를 해당 주민에 제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물론 약사들까지 이 정책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분당구 서현역 인근의 동네약국 명단 속 약국 다섯곳을 둘러보았지만 한곳을 제외한 네곳은 가정폭력 안전지킴이로 지정된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분당 서현동에 위치한 한 약국직원 이금희 씨(가명·62세)는 "현판을 잘 보이게 붙여놨었는데 상담하러 오는 분이 한 분도 안 계셔서 지금은 치워놨다"고 말했다. 

 

약국을 찾는 주민에게서 가정폭력 징후를 발견한 적이 있는지 묻는 기자의 물음에는 "낮에는 손님이 많아 손님을 눈여겨 살펴볼 겨를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부터 성남시는 이 정책을 알리기 위해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를 통해 홍보 캠페인도 펼쳤지만 대부분의 약사들은 '부담된다'며 캠페인 자체를 꺼려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정책의 실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메디00약국 박혜정 씨(가명·57세)는 "겉으로만 보고 가정폭력이 의심돼서 112 신고했는데 경찰이 왔을 때 가정폭력이 아니라 하면 어떡하냐"며 "가정폭력에 대해서 함부로 간섭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평00약국 김종수 씨(가명·69세)는 "가정폭력 안심지킴이를 위해 찾아온 사람은 없다"며 "여성 입장에서 남자 약사들한테 가정폭력에 대해 털어놓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에 검색만해도 상담센터나 지원센터가 다 나오는데 뭐 하러 약국까지 와서 도움을 청하고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성남시 약사회 한 관계자는 "약사회에서는 협약과 약국 연계만 했고 홍보는 시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민들 역시 ‘가정폭력 안전지킴이 약국’에 대해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성남시민 고윤지 씨(43세)는 "스티커나 배너를 이용하는 등 홍보를 더 했으면 한다"며 "시가 학교나 유치원과 연계해 '가정폭력 안전지킴이 약국' 정책의 지원 내용을 가르치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어 "시에서 하는 캠페인 홍보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보와 정책을 총괄하는 시 여성가족과 역시 해당 피해자를 전문상담기관인 성남가정폭력상담소, 굿패밀리상담센터, 가정폭력·성폭력통합상담소 등에 연계해 심리상담, 의료와 수사·법률 지원, 쉼터 입소, 치료회복 프로그램 제공 등의 보호와 지원 조치를 해야하지만 지원 안내를 한 적이 단 한례로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과 한 관계자는 "성남시약사회랑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개별 약국들은 모를 수도 있고 사실상 신고 건수는 저희가 알아보지는 않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이어 "앞서 진행한 홍보 캠페인 그대로 유지하고, 시에서 제작하는 안심지도에 가정폭력 안전지킴이 약국을 표기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서 앞으로 정책을 널리 알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창규·김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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