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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속 세계사] 카리 브렘네스의 노르웨이식 사랑

 

노르웨이의 가수, 카리 브렘네스 (Kari Bremnes)의 베를린의 사랑( A Lover in Berlin)을 들으며 신문을 보고 있는데 노르웨이의 연례 행사에 대한 토막기사가 눈에 띈다.(카리 브렘네스의 목소리가 만든 고적하고 멜랑콜리한 분위기가 날아간다)

 

노르웨이인들은 연례로 ‘대구 혀 자르기’ 행사를 하는데 주어진 시간 2분내 대구 혀를 뼈 없이 가장 많이 발라내는 이에게 상을 준단다. 참가 연령은 13세 이하. 어린이판 몬도가네 느낌이라 불편한 마음이 올라왔지만 문화 차이로 돌린다.

 

노르웨이 하면 대개 인형의 집 작가인 헨리크 입센, 절규의 화가 에드바드 뭉크, 페르귄트 모음곡으로 유명한 에드바르 그리그를 떠올리고 스웨덴 핀란드와 묶어 북유럽 지상낙원이라고 부러워한다.

 

그런데 노르웨이는 무엇 때문에 부국이 됐을까? 100년 전만해도 척박한 땅, 적은 인구 등으로 고생하던 농업국가였다.

 

오늘날 스웨덴은 이케아와 H&M, 볼보, 스카이프, 에릭손, 일렉트로룩스 등을 내세우고 핀란드는 (노키아는 지는 노을이 됐지만) 게임계의 슈퍼스타 슈퍼셀과 로비오, 그리고 모바일 운영체계 안드로이드 기반인 리눅스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상징기업도 없는 노르웨이가 어떻게 1인당 국민소득 10만 달러가 넘는, 북유럽 최고 부국이 됐을까?

 

석유 때문이다. 50년 전인 1969년, 노르웨이와 면한 북해에서 엄청난 양의 원유가 쏟아졌다. 스웨덴, 핀란드도 천연자원부국이지만(스웨덴은 철광석, 핀란드는 질 좋은 목재) 오일 머니와 는 비교 불가. 게임 끝이다.

 

나라 곳간만 그득한 게 아니다. 부자나라의 병이라는 고독,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률이 OECD 5위권에 들어 심각한 사회문제였으나 1990년, ‘프로작’ 같은 항우울제가 시판되면서 현격히 개선됐다. 올해 우리의 자살률은 여전히 OECD국가 중 1위인데 노르웨이는 15위이다(2022.2월/Health Data/OECD제공)

 

가장 부러운 건 젊은이들이 남과 비교 없이, 열등감 없이 꿈을 좇을 수 있는 사회기반과 인식이다. 30프로가 고등학교 졸업을 안해도, 70프로가 대학을 안가도, 루저가 되지 않는 나라다.

 

입시와 취업과 혼수 마련 걱정 없는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카레 브렘네스의 목소리와 노래가 답을 한다. 애태우지 않고 속 끓이지 않는 목소리로 ‘사랑을 하면 아이처럼 빠져들고 천국과 지옥의 끝까지 가보라. 그게 사랑한다는 것이다’고.

 

한때 베를린에서 연인을 만났어/ 옆 테이블의 연약한 노파가 말했어/ 그의 목소리가 오래된 바이올린 같다고 그리고 말했어/ 그 목소리, 목소리/ 사람들은 그걸 남자에게 빠져드는 거라고 하네/ 하지만 이 추락은 내게 날개를 달아, 하늘을 날아오르게 했네 / 말도 안돼, 아무 계획도 없어/누가 이 열정을 마른 땅의 안전과 바꿀까/ 나도, 그도 아니야 (후략)

 

이 나라에 ‘사랑의 지옥과 천국을 끝까지 가볼 수 있을 여유 있는 청춘’이 얼마나 될까.

창밖으로 심야 배달하는 오토바이 소리에 괜히 가슴이 아려온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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