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킹이 유행이다.
플로킹(Ploking)이란 길을 걸으며(Walking) 쓰레기를 줍는 행동으로, 이삭줍기를 의미하는 스웨덴어 플로카 웁(Plocka upp)과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인 플로깅(Plogging)과 함께 북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전 세계적 환경운동이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이 스쿼트 운동과 비슷하며, 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들고 뛰기에 조깅보다 칼로리 소비가 많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또한 최근 방송에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플로킹을 하는 모습이 노출되며 교육적 놀이로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 임직원 플로킹 캠페인을 열거나 플로깅 용품을 제공하는 등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위해 유행에 편승한지 오래다.
여행 역시 국내 숙박업소는 물론 여행상품에서도 플로킹을 활용한 사례가 늘고 있다. ‘몽골 대자연 지키기’와 같은 플로킹 상품이 점점 인기를 얻는 중이다.
그러나 현실은 SNS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아무리 주워도 끝이 없는 쓰레기, 워킹이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 많은 쓰레기에 SNS엔 뿌듯함보단 씁쓸함이 가득하다.
이런 유행은 전부터 각 분야에서 존재해왔다.
아웃도어 활동에서는 LNT(Leave No Trace)로 자신이 머문 곳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환경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이 운동의 취지는 상생이다. 자연을 오래 누리기 위해 자신에게서 나오는 쓰레기는 가지고 가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얼마 전까지는 미니멀리즘 게임이 유행이었다. 단순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1일에 1개, 2일에 2개 식으로 날짜 숫자만큼 물건을 버리며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달간 465개의 물건을 버려야 성공하는 이 게임은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며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소중함을 느끼는 데 목적을 둔다. 미니멀리즘은 가진 것에 대한 정리를 넘어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며 더 이상 불필요한 물건을 늘리지 않는다.
유행은 현실을 드러낸다.
자본주의에 의해 너무 많은 물건에 지배당하는 삶이 미니멀리즘을 유행시켰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거리가 플로킹을 만들어냈다.
지난 2년간 팬데믹으로 인해 캠핑, 차박 열풍이 불어 국내 구석구석으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갈 때, LNT를 알리는 운동도 확산됐다.
인간의 걸음걸음마다 쓰레기가 양산된다. 인간은 천국의 산이라 불리는 에베레스트와 지구 밖의 달에도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배출했다. 하지만 대다수가 이를 인식하지 못할 때, 소수로부터 시작되는 움직임이 의미와 재미를 추가해 유행으로 퍼진다. 가치 있는 유행이다.
유행이 탐탁지 않더라도 이번만은 못 이기는 척 따라보는 건 어떨까.
자연을 위해서든, 다리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든, 다음 세대를 위해서든 세세한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따를 만한 유행은 따라주는 것이 좋은 법이니까./자연형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