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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의 생활여행] 폭우 속 영웅

 

때때로 일상은 여행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여행에서 마주하는 일들은 여행이라는 이름 안에서 특별한 경험으로 남게 되지만 일상이라는 범주 안에서 일어난 어떤 일들은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례적인 폭우가 중부지방을 덮쳤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났다.

 

도로를 달리던 승용차가 순식간에 물 위에 루프만 보이는 섬이 되고, 운전자는 그 섬 위에서 구조를 요청하며, 지하철역 계단에서는 폭포처럼 물이 쏟아지고, 열차에 승하차하는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던 스크린도어가 지하철 노선까지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방어하는 가드가 되는 일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SNS와 끊임없이 보도되는 생방송에 사람들은 그곳이 익숙한 일상 터전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어 재생을 반복했다.

 

80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을 쏟아낸 집중호우는 동서 길이는 길고 남북 폭은 좁은 형태로 형성된 구름 때문이었다. 폭염과 열대야로 시달리는 남부지방에서는 모습을 감춘 비는, 길고 좁은 구름 때문에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 항아리지형의 강남에 시간당 100mm가 넘게 집중적으로 쏟아져 내렸다. 사상 최악의 침수에 많은 이들의 꿈이었던 강남 아파트와 건물이 물에 잠기거나 물이 새거나 전기가 끊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쭉 뻗은 도로와 반듯한 길은 포장도로가 지나치게 많아 물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두어 건물만 지나가도 새로운 편의점이 나오고, 서너 블록만 걸어도 새로운 지하철역이 나오는 강남 일대가 배수시설의 부족으로 강남대로가 아닌 강남천이 되어버린 사건에 전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기후와 환경문제로 인해 발생한 집중호우는 재난이었다. 사람들은 일상으로 쏟아져 들어온 재난에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댔다. 자연의 힘 앞에 개개인은 무력한 듯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피하거나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려 하거나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묵묵히 움직였다.

 

한 사람은 강남역이 침수되던 무렵 인근 배수관으로 가 맨손으로 쓰레기를 치워 일대의 물이 빨리 빠져나가게 했으며, 또 다른 사람은 물속에 고립된 여성 운전자에게 구명환 대신 플라스틱으로 된 주차금지대를 쥐어주고 수영해서 구조했다. 위급상황에서 주저 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조용히 사라진 그들을 사람들은 슈퍼맨 혹은 영웅이라고 부른다.

 

이번 폭우와 침수도 정치적인 이슈로 만들려는 이들과 사기꾼들은 그럴 듯한 이야기를 지어내 사람들의 상처 입은 마음에 파고든다.

 

단순한 자연재해로 보기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그 순간 꼭 필요한 일을 한 이들이 삶을 한결 부드럽게 만든다. 사회 전반에 안도감을 안겨준다.

 

일상 속의 평범한 당신도 어느 드라마틱한 순간에 영웅이 될지 모른다. 영웅은 특별한 여행길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태어나는 법이니.

 

가슴 속에 영웅을 품은 모든 평범한 사람을 응원한다./자연형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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