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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미안함, 고마움 모두 담아…당신에게 ‘영상편지’를 보내요

경기아트센터, 영상 편지 제작 사업 ‘내 마음 담아, 보내다’
코로나19로 단절됐던 소통과 교류 위해 마련
도민 50여 명(팀) 사연 선정
수원·부천·고양·성남 권역별 진행
영상 일부 경기아트센터 유트브 게시

 

“언니, 나야 진아. 놀랬지? 오늘 내가 언니한테 마음을 보내고 싶어서 이렇게 준비해봤어.”

 

어느 날 경기아트센터로부터 날아온 한 통의 문자. 열어보니 너무나 보고 싶던 친구의 모습이 영상으로 담겨 있다면 어떨까.

 

그동안 무대 위 예술인들을 비추던 경기아트센터 경기예술방송국의 카메라가 이번에는 도민들을 향했다. 경기아트센터의 ‘2022 경기도민 영상편지 제작 사업 - 내 마음을 담아, 보내다’이다.


‘내 마음을 담아, 보내다’는 전문 영상 장비와 스튜디오를 활용해 참가자들의 사연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고, 참가자의 가족, 친구, 연인 등에게 영상 편지 형태로 전달한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뜸해진 사회 구성원들 간 소통을 다시 활성화하고자 기획된 것으로, 이를 위해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1일부터 19일까지 도민 50여 명(팀)의 사연을 모집했다.

 

센터는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수원, 부천, 고양, 성남 등 네 곳에 촬영 스튜디오를 준비했고, 분장사를 섭외해 촬영장 한편에 화장과 머리 손질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 몸은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지난 20일, 수원 영통의 촬영 스튜디오. 설레는 표정으로 화장을 받고 있는 한 참가자를 만났다. 김진아 씨는 대학교 때부터 자매처럼 친했던 동기 언니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영상 촬영을 신청했다.

 

“내가 아기 키운다는 핑계로 언니한테 곁을 많이 못 줘가지고 매번 미안하고, 언니가 울면서 전화했을 때 토닥토닥 못해줘서 나도 같이 울었던 적이 많아. 오늘은 언니한테 많이 사랑하고 아끼고 좋아하고 있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 크고 작은 일 우리 서로 대화하면서, 앞으로도 언니한테 나는 좋은 사람이고 좋은 말만 해주는 동생이 되고 싶어.”

 

진아 씨는 동기 언니를 코로나19로 3년간 만나지 못했다. 연고가 하나도 없는 제주도로 이사 간 언니. 안 그래도 외로움 많은 언니가 더 쓸쓸할까봐 진아 씨는 늘 걱정이었고,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내지 못해 미안함이 남았다.

 

진아 씨는 “평소에 언니한테 이렇게 진지하게 말한 적이 없는데, 특별한 기회가 돼서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좋다. 언니에게는 아직 비밀로 했는데, 이 영상을 받고 큰 힘을 얻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 “안녕, 친구야” 너의 꿈을 응원해!

 

뒤이어 노란 원피스를 입은 최연소 참가자가 등장했다. 친구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기 위해 온 엄마 최연재 씨의 손을 꼭 잡은 6살 최은서 양은 엄마, 아빠에게 귀여운 부탁의 말을 전했다.

 

“엄마 화내지 말고 예쁘게 얘기해주세요. 아빠 담배피우지 말고 저랑 놀아주세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장난감 하나 사 주세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쑥스러워하면서도 또박또박한 은서 양의 말에 긴장으로 얼어있던 촬영장 분위기는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친구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며 눈물을 보였던 연재 씨 역시, 딸의 애교에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연재 씨는 새로운 출발을 앞둔 친구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비슷한 시기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됐던 20년 지기 친구는 출산과 육아로 잠시 미뤘던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 중이다.

 

“안녕, 친구야”라는 한마디에 왈칵 쏟아진 눈물. 연재 씨는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이를 모두 참으며 힘든 시간을 지낸 친구를 떠올리니 눈물이 났다고 했다.

 

“하고 싶은 거를 제대로 못하고 있어서 둘 다 자존감도 많이 낮아지고 위축됐던 것 같아, 이제 다시 우리가 하고자 했던 거를 이루려 노력 중이니 좋을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해.”

 

긴 시간을 함께 보낸 각별한 사이기에 친구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공감했던 연재 씨는 끝으로 “내가 항상 뒤에서 응원할게”라는 말을 영상에 담았다.

 

 

◇ 손주를 향한 무한한 할머니의 사랑

 

“할머니 손주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항상 할머니는 우리 건규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건규야 늘 건강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거다. 사랑해요.”

 

너무 가까워서 혹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해서 속마음을 털어 놓기 가장 어려운 사이, 바로 가족이 아닐까.

 

신옥남 할머니는 하나뿐인 외손주에게 마음을 전했다. 태어나던 순간부터 한 집에 살며 돌봐 더욱 애틋한 손주다. 축구 선수를 꿈꾸는 손주에게 할머니는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며 든든한 지지를 보냈다.

 

영상 편지를 띄우며 이상하게 자꾸만 눈물이 났다는 할머니는 촬영 후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손주 생각에 목메는 모습이었다.

 

매일 아침 11㎏가량의 무거운 가방을 들고 등교하는 손주를 보면 건강이 상할까 걱정된다는 할머니. 손주 걱정뿐인 자신에게 손주는 “괜찮다”며 “해야 할 일”이라고 의젓하게 군다는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남들 눈에는 다 큰 중학생이지만 자신에게는 여전히 ‘아기’ 같다며, 가끔 손주의 애교에 밥을 떠먹여줄 때도 있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할머니가 베푸는 무한한 사랑에 촬영장 분위기는 훈훈함으로 가득 찼다.

 

영상 편지 제작을 맡은 현장 감독은 “일반 분들은 촬영 현장에 익숙하지 않아 긴장한 모습일 수 있지만, 이 사연도 마음도 모두 지어낸 것이 아닌 진짜이기에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 존경하는 부모님께 보내는 생신 축하

 

칠순을 맞은 부모님에게 마음을 전하는 부부도 있었다.

 

유승민·한혜정 부부는 부모님과의 칠순 기념 가족 여행에서 보여 드릴 영상 편지를 남기기 위해 사연을 신청했다.

 

아들 유승민 씨는 “두 분보다 짧은 삶을 살면서도 인생이 쉽지 않고,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여러 고난과 역경들이 있음을 많이 느꼈다. 두 분은 얼마나 굴곡이 많으셨고 또 그것을 잘 헤쳐 나가면서 이 자리까지 오셨을지 자식으로서 굉장히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마음 담아서 두 분을 축하해 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참 올바르게 사셨구나’, ‘ 참 많이 나누면서 사셨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모님을 향한 존경을 표했다.

 

부부는 코로나19로 부모님의 고희연을 친가, 외가 따로 축소해 진행했던 아쉬움을 영상 편지라는 특별한 선물로 달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그동안 낯간지러워 전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 경기아트센터에 고맙다는 감사의 말도 덧붙었다.

 

‘내 마음 담아, 보내다’를 기획한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보고 싶은 사람들을 긴 시간 만나지 못했다.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가는 지금 시점에, 다 같이 힘내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편, 참여자들의 영상은 오는 9월 추석을 앞두고 모두 전달될 예정이다. 또한 경기아트센터는 영상 일부를 재편집해 도민들이 볼 수 있도록 센터 공식 유튜브 ‘꺅!tv’에 게시할 계획이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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