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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의 생활여행] 심심한 사과와 NO 노인존

 

 

여행길에서 처음 보는 꽃을 마주했을 때 사진을 찍어 이름을 물을 수 있는 앱이 있다. 질문은 주로 청장년층이, 답변은 주로 노년층이 했다. 식물의 이름을 잘 아는 평범한 노인들을 전문가로 만들어주던 이 앱은 스마트렌즈가 출시돼 기계가 검색으로 답을 내려주기 전까지 꽤 인기였다.

 

종종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에서 쩔쩔매다 결국 주문을 못 하고 돌아서는 어르신들을 마주한다. 키오스크가 아닌 점원에게 직접 주문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의미를 알 수 없을 만큼 긴 커피 이름을 줄줄 읊으며 각종 옵션을 추가하는 이삼십대와 달리 노인들은 난처한 표정으로 각 매장마다 다른 커피 이름 대신 가장 기본적인 커피 이름을, 또는 자신이 아는 이름을 대며 어렵게 주문한다. 한 패스트푸드 매장은 일반적이지 않은 구조에 영어 안내판, 키오스크와 무인의 조합으로 ‘NO 노인존’으로 불린다.

 

심심한 사과가 화제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한’ 사과를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과로 받아들인 일부 사람들은 격분했고, 격분한 그들을 비난하는 소리도 높아졌다. 문해력을 중심으로 시작된 세대 간의 논쟁은 뜨겁게 옮겨가는 중이다.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에서 어휘는 빠르게 태어나고 사라진다. 정중하게 표현한 한자어든, 순우리말인 고유어든, 평소에 늘 사용하는 일상어든, 새롭게 떠오르는 신조어든 각 세대가 사용하는 언어엔 차이가 생긴다. 비단 세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개인이 사용하는 어휘 역시 상황과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 상사 앞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오랜 친구 앞에서 사용하는 단어는 엄연히 다르다.

 

이 시대에 결여된 것은 문해력과 어휘력이 아닌 이해력과 포용력이다.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때문에 자신의 차례가 늦어지는 상황을 이해하고, 기존에 당연했던 것들에 대해 무지한 사람을 포용하는 능력. 자신이 아는 것을 상대가 모를 수도 있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상대는 알 수도 있다는 사실은 진리다. 이해와 포용도 능력이 되는 시대엔 기본도 진리가 된다.

 

세대든 젠더든 계층이든 갈등이란 상대와 자신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을 때부터 시작된다. 선을 긋기 전에 도저히 자신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단어는 검색해 보고, 너무 복잡해서 주문하기 어렵다면 세상을 탓하기 전에 미리 알아보고 익히려 노력하면 된다.

 

자신의 무지와 부족함을 깨닫는다면 타인을 비난하기 위해 들었던 손가락이 자신을 채우고 타인과 소통하는 데 사용된다.

 

언어를 모르는 외국에서도 대화는 할 수 있다. 기계가 많은 것을 대체하는 스마트한 시대엔 즉석으로 번역해서 서로의 화면을 보여주며 대화를 나눈다.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오가도 문해력은 필요 없다. 필요한 건 상대를 향한 열린 마음이다.

 

평생을 들여 세상을 여행하는 우리가 자신과 똑같은 여행자를 향해 어떤 마음을 가질지에 따라 여행이 달라진다. 삶의 질이 달라진다./자연형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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