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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의 저자 홍명희 평전

격세지감이다. '조선삼재'라는 칭호로 불리었지만 한때는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던 홍명희(1888~1968)가 최근 우리사회에서 조명받기 시작한 반면 한때는 대표적 근대문학가로 추앙받다 지금은 친일문학의 대명사로 오명을 쓴 최남선과 이광수를 대비해보면 그렇다.
지난 1985년 오랫동안 금서로 묶여 그늘에 가려졌던 대하소설 '임꺽정'이 재발매됐지만 정작 민족문학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임꺽정'의 작가이자 독립운동가의 삶을 살아온 벽초 홍명희에 대한 생애는 해방이후 월북작가라는 이유로 그리 조명되지 않은 것이 그간의 사실이다.
이러한 벽초의 생애와 사상을 추적, 복원한 '벽초 홍명희 평전'(사계절 간)이 최근 전문연구자에 의해 출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
'임꺽정'을 20여년간 연구해온 상명대 국어교육과의 강영주 교수가 저자 홍명희까지 연구영역을 확장한 연구결과를 총결산해 평전을 내 놓은 것.
저자인 강 교수는 당시 역사소설 대다수가 지배층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궁중비화나 권력투쟁 등 통속적 흥미를 담아냈던 데 반해 천민인 임꺽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에서 민중을 역사적 주체로 보는 홍명희의 진보적 역사관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정작 벽초 자신은 유년기에는 한학과 중국의 고전을 섭렵하고 성장해서는 일본으로 유학해 근대문학과 신사상을 공부한 명문 사대부가 출신이다.
저자에 따르면 1928년부터 13년간 '조선일보'에 연재된 임꺽정에서 벽초가 양반가의 풍속과 일상생활을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봉건사회를 몸소 체험한 작가라는 설명이다.
평전에 따르면 이런 출신 배경에도 불구하고 벽초가 후일 독립운동을 모색하는 등 민족 운동가로 성장하게 된 것은 부친인 홍범식이 1910년 경술국치때 자결한 이후 3.1만세운동를 주도하고 비타협적 민족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협동해 '신간회운동'을 벌이면서 투옥되는 등 민족운동을 전개하면서 부터다.
일제의 협박과 회유를 피해 은둔에 들어간 벽초는 1945년 고대하던 해방을 맞이하지만 또한번 소용돌이치는 당시 해방정국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신탁통치 등 현안에 대해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인 좌 우익 양측이 벽초를 서로의 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등 해프닝이 벌어지지만 벽초 자신은 이들과 분명한 선을 긋고 좌우합작을 추진한 중도 정치지도자와 행보를 같이 한다.
이후 민주독립당을 창당한 벽초는 김구, 김규식 선생과 함께 남북한 단독정부 수립을 저지하기 위해 남북 정치지도자들의 회합인 남북연석회의를 추진하고 참가를 위해 북행 길에 오른다.
하지만 회담이 결렬된 후 북에 잔류한 벽초가 북한정부의 수립과 함께 부수상에 임명되는 등 고위직에 오른 것까지만 알려져 있고 그외 행적은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정치적 행보로 남한내에서 지난 수십년간 거론되지 않은 벽초에 대해 저자는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저자 강 교수는 모 인터뷰에서 "벽초는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며 기본적으로 권력욕이 없는 중도파"라면서 "단지 독립운동가로서 벽초의 인품과 학식에 대한 존경심때문에 대접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평전에는 벽초가 13년간 연재한 '임꺽정'에 관한 일화, 진취적인 여성관을 갖고 있던 벽초가 여성근우회가 창립되자 동아일보에 글을 기고한 일, 조용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벽초의 인간적 풍모 등이 다양하게 드러나 있어 재미를 주고있다.
29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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