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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희의 와인살롱] 와인과 독서

와인의 깊고 진한 향 즐기며 시를 읊조리다

와인과 나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모 대학교 산업교육원 와인 컨설턴트 전문과정을 수강한 20대 어린 나이, 와린이(와인의 어린이) 시절, 와인에 관한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와인은 특별하다는 것을.

 

와인을 접하면 접할수록 곧 우리의 식탁을 바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실제로 작년 통계에 따르면 추석 선물 세트로 와인이 한우를 제치고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지금도 와인의 열풍은 식지 않았다. 50만 원대 고가 와인들의 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위스키 시장과 함께 주류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와인을 마시는 행위는 마치 책을 읽는 것 같다. 우리가 책을 선택할 때 표지부터 안에 내용을 확인하는 것처럼 와인도 먼저 마실 와인을 꼼꼼하게 선정하기 때문에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누가 어떻게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주조했을까?’, ‘테루아의 특성은 어떨까?’, ‘포도 품종은 무엇일까?’ 이처럼 와인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과는 다르게 절차도 나름 복잡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와인을 살펴봐야 할까? 먼저 와인을 잔에 따르고 색을 관찰해야 한다. 그다음 일정한 시간을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향을 맡고 한 입 그득 삼킨다. 삼킨 후에는 여운과 잔향의 느낌까지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최근 와인을 함께 마시는 모임도 기하급수적 늘어나고 있다. 와인은 참여자들과 이야기하면서 더 깊이 마시는 특징이 있어, 이제 막 와인에 입문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와인은 오픈 시간과 온도, 그리고 함께 먹는 음식에 따라서 시시각각 다르고 같은 와인 일지라도 시간에 따라 맛과 향이 조금씩 변한다. 그래서 와인은 특히, 글라스의 선택이 중요하다. 와인의 맛이 글라스에 따라 달라진다면 믿을 수 있는가? 그러나 사실이다. 

 

첫 부분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 덮어버리고 싶은 책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읽다 보면 점점 묘미와 깊이를 찾지 않는가. 와인도 마찬가지로 첫 잔은 아직 채 열리지 않아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시간과 더불어 조금씩 열리면 맛깔스럽게 발전해 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첫 잔에 와인을 전부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한병의 와인을 다 마실 때까지는 인내하고 아껴 판단하기를 권장한다. 
  
필자는 한발 더 나아가 작은 조언을 하고 싶다. 첫째는, 와인을 살 때 한 병만 사지 말고 같은 와인을 최소 6병 정도 사서 마셔보길 권한다. 인간의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에 한 병을 다 마실 때쯤에는 마신 와인의 맛을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므로 같은 와인을 좀 더 마셔보면서 그 맛에 조금씩 익숙해져야 한다. 그때 와인에 대해서 평가해도 늦지 않다.

 

와인은 보관 상태나 빈티지 등 여러 변수가 있어서 마셔보기 전까지는 정확히 다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테이스팅할 때는 건강 상태 정도만 체크하고 상대방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즐겁게 마시고 각 와인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즐기길 권한다.
  
와인과 독서는 즐기는 행위가 유사하다. ‘마시다’, ‘읽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왠지 ‘음미하다’라는 표현이 더 와 닿는다. 음미할수록 그 깊이를 발견하는 재미 또한 이런 유사성 때문에 독서 애호가들이 와인을 더 즐기는 게 아닐까.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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