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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의 생활여행] 펫팸족의 여행

 

 

 

펫투어에 불이 붙었다.

 

인구의 고령화와 1인가구의 증가로 반려동물이 늘어났고,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여기며 사람처럼 보살펴주는 이들 역시 늘어났다. ‘반려동물’을 의미하는 영어 ‘pet’과 ‘가족’을 의미하는 영어 ‘family’의 합성어인 펫팸족은 여행 역시 사랑하는 동물과 함께한다. 한국관광공사의 ‘2022 반려동물 동반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려견 동반 당일여행을 해본 응답자는 65.7%이며 이중 숙박까지 경험한 응답자는 53%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펫투어의 종류도 다양하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펫리조트는 반려견과 함께 머무를 수 있는글램핑, 캠핑카, 콘도는 물론 펫 전용 수영장까지 갖췄으며, 강원도에는 애견 전용 해수욕장 까지 존재한다. 국내 항공사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줘 할인 또는 무료 탑승의 기회를 주거나, 반려동물키트를 선물로 안겨주거나, 반려동물의 이름이 기입된 전용 탑승권을 판매하는 등 펫팸족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갖가지 프로모션을 펼친다.

 

그러나 1500만 명에 육박하는 국내 반려동물 인구 모두 펫팸족은 아니다.

 

휴가철인 6~9월은 펫산업 호황기인 동시에 유기동물 수가 급증하는 시기다. 지난 해 유기동물이 제일 많았던 시기는 휴가철인 7~8월이 28,062건(20.7%)으로 1위, 추석 연휴가 들어간 9~10월이 26067건(19.2%)으로 2위를 기록했다. 휴가를 보내기 위해 집을 오래 비우는 동안 데려가기도, 전문시설에 맡기기도 어려운 반려동물을 더 이상 반려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버리는 방법도 다양하다. 휴게소나 집에서 먼 동네에 슬쩍 풀어놓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고양이섬이라 불리는 전남 고흥의 쑥섬이나 한국 최남단 마라도까지 찾아가 버리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죄책감을 덜기 위해 ‘자신 대신 잘 보살펴줄 것 같은 집’ 앞에 두고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순간에 반려동물에서 유기동물이 된 동물들은 대개 안락사당한다. 휴가철은 어떤 동물에게 사랑하는 가족과 호화로운 여행을 즐기는 시간이지만, 어떤 동물에게는 집도 잃고 가족도 잃고 길 위에서 죽거나 안락사 위기에 처하는 시기다.

 

늙은 아버지를 지게로 지고 산에 올라가 그대로 두고 오는 고려장이나 어린아이를 놀이동산에 버리고 오는 일은 여전히 일어난다. 더 쉽고 빠르게,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을 버린다. 펫팸족을 자처하며, 영혼의 동반자 같던 대상을 오로지 자신의 편의에 의해 죽음의 길로 내몰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살아간다.

 

여행의 주체는 사람이다.

 

펫투어를 계획하고, 즐기고, 지불하는 이 역시 사람이며, 가족을 쉽게 내버리는 이 역시 사람이다.

지난 여름과 추석 연휴, 당신은 어떤 여행을 했는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하는 여행이었나, 혹은 부담이 된 사랑을 버리는 여행이었나./자연형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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