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하고 나오면서 했던 대통령의 말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외국 정상들이 참석한 회의장에서 바깥으로 이동하면서 외교부 장관에게 한 대통령의 말로써 비속어와 함께 미국 대통령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 xx”는 미국 의회가 아니고 한국 국회를 의미하고, 바이든은 “날리면”이라는 해명이 대통령실의 홍보수석으로부터 나왔다. 한미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에서 한국 국회에 대한 언급과 비속어로 논란의 초점이 옮겨졌고 이 말은 국민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바이든? 날리면? 어떻게 들리십니까
논란이 된 이 영상을 수십번 반복해서 들어 봤더니 누군가는 “바이든”으로 들린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날리면”으로 들린다고 한다. 이 같은 관심은 언어음성학적 차원(linguistic phonetics)의 문제이다. ‘ㅂ(비읍)’이 나타내는 소리는 입술소리(양순파열음)로 입술모양을 본떠서 ‘ㅁ(미음)’에 획을 더한 것인데, 목젖으로 콧길을 막고 위·아랫입술로 입을 다물었다가 떼면서 날숨을 내뿜어면서 내는 소리이다. 이에 비해 ‘ㄴ(니은)’은 혀끝을 윗잇몸에 대며 날숨을 콧구멍으로 내보내며 내는 콧소리(치경비음)이다. 소리가 만들어지는 조음점과 방법이 다르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화자는 ‘ㅂ(비읍)’과 ‘ㄴ(니은)’을 언어본능적으로 그 소리를 식별하게 된다.
직업에 따라 말하는 어휘가 다른 것일까. 직업, 성별이나 연령 등의 사회적 요인에 따라 사용하는 특유의 어휘나 어투에 대한 관심이다. 특정 직업에 오랫동안 종사하다 보면 그 분야의 전문용어나 은어에 익숙하게 되는 즉 언어적으로 사회화가 형성된다. 이러한 사회언어학적(sociolinguistics) 관심은 화이트칼라층과 블루칼라층, 특정 직업군이 사용하는 어휘 수에 차이가 있는지, 문장의 구조는 단순하거나 복잡한지, 비속어는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등을 살펴보게 된다.
수사분야 출신의 한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한 십여 년 하다 보면 “이 xx”같은 비속어가 직업상 입에 달라붙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특정분야 직업인들도 많으니 일반화는 신중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속어 사용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언어는 국민의 대표가 하는 발화이므로 한마디 한마디가 다 공적 관심과 그 사용에 대한 정치사회적 영향의 분석 대상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언어의 공적 무게감과 신중함을 절감하게 되는 요며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