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성과 현대성, 문인화와 추상미술의 미감을 융합해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온 장상의 화백의 60년 작품 세계를 총 망라하는 전시가 열렸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관장 장학구)이 지난 6일부터 내달 27일까지 선보이는 ‘빛과 넋: 장상의 60년’은 먹과 채색, 종이와 비단 등 다양한 재료를 조형의식으로 다룬 4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빛과 넋’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돌아본다. 빛과 넉은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가 장상의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 단어이다.
작가가 화폭을 빚어낸 오랜 세월만큼 작품의 지향점이나 표현 방식은 끊임없이 변해왔지만, 빛과 넋이라는 주제 의식은 달라진 적이 없었다.

◇ 종이가 아닌 마포, 모시가 머금은 먹
작가의 1960~70년대는 그리는 재료로써 먹의 중점적 활용과 바탕재로써 독특한 효과를 내는 마포와 모시 등의 사용, 방법으로써 추상의 지향을 특징으로 한다.
보통 먹으로 그림을 그릴 때 먹이 적절히 배어드는 종이를 쓰는 게 대부분이다. 그리기도 수월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새로운 재료를 선택했다.
그가 사용한 마포나 모시는 성긴 표면으로 붓이 지나가더라도 먹이 스미지 않은 곳이 많아진다. 또한 종이와 달리 먹을 충분히 흡수하지도 않는다. 작가는 이처럼 단점일 수 있는 마포와 모시의 속성을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응용했다. 동아시아 종래의 재료인 먹을 이질적 재료인 마포 위에 추상적인 조형미로 구현했다.

◇ 예술으로 승화된 작가의 내면 세계
1980년대와 90년대 장상의의 작품은 다양하고도 강한 채색의 적용과 운동감 넘치는 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1980년대는 수묵화가 주류이던 흐름이 변해, 채색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던 시기였다. 이 시기 작가는 작가로서의 작업 외에 며느리로서의 역할, 아내로서의 역할,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모두 감내해야 했다. 평온치 않았을 작가의 복잡한 내면은 작품으로 승화됐다.
그렇게 당시 동양화의 동향과 작가 내면세계는 채색 활용의 발단이 됐고, 역동성을 가진 작품들이 탄생했다.

◇ 먹, 채색 그 경계를 넘어선 작품들
2000년대 이후 작가는 다시 먹을 핵심적인 요소로 활용한다. 그 한편 채색을 순화시킨 화면을 만들어갔다. 때로는 먹만을 이용해 작업하고 때로는 채색만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등 재료 자체의 경계를 넘어선 면모를 나타낸다.
또한, 구성적으로는 정적인 가운데에 움직임이 내재되어있는 ‘정중동적’인 특징을 보인다. 이는 작가의 초기와 전환기 작업 속 장점과 특징들을 조화시킨 것이다.

◇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희망의 빛
최근 작가는 초기 작업에서처럼 다시 먹을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작품 '빛의 축'은 먹의 진하고 옅은 세 가지 농담으로 분할된 세 면이 독특한 느낌을 준다. 그 사이를 한 줄기의 금색 선이 파고든다. 작품은 고통의 시간으로 은유되는 밤과 어둠 사이로 결국 날이 밝아 해가 비추는 희망의 표현을 담고 있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