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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이스마엘의 인간중심주의 비판

"내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불러달라"로 시작되는 멜빌의 소설 '백경'은 아브라함의 서자로 태어나 이삭에게 적자의 자리를 뺏기고 세상을 떠도는 성경속의 이스마엘처럼 방랑자로 바다를 떠도는 인물이다.
최근 나온 다니엘 퀸의 책 '고릴라 이스마엘'(평사리 간)은 이름이 상징하듯 문명의 타자이자 자연과 생물의 대변자로 고릴라인 이스마엘을 주인공으로 삼아 전개하는 픽션이다.
책에서 고릴라 이스마엘은 생태학과 인간의 자유, 그 조건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지구상에 인간 종과 다른 생명 종들이 생존하도록 인간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나온다.
소설은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고 세계를 구원할 스승을 간절히 원하던 '나'를 화자로 해서 고릴라 이스마엘을 스승으로 만나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저자인 다니엘은 문명인이라 불리는 '역할을 맡은자'(takers)와 '야만인이라 불리는 '역할을 맡지않은자' (lesvers)란 두개의 서로 다른 개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현대 문명인의 다른말인 '역할을 맡은자'는 인간이 창조의 최종 산물로서 다른 생명종들을 정복하고 통치해야 하며 이 통치를 끝없이 확장해 궁극적으로 인간의 파멸, 세계의 파멸로 치닫는 존재다.
다시말해 세계가 인간에게 속해 있으며 인간의 운명은 세계를 정복하고 통치하는 것이라 확신해 세계를 마치 자신의 재산인 양 취급하고 적인 양 정복하며 인간의 필요에 봉사하지 않는 지구상의 모든 것을 깡그리 없애는 인간 지상주의 신화를 상징한다.
스승인 고릴라 이스마엘은 '역할을 맡은자'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이 다른 생명체를 통치하려고만 할뿐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가'는 없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불안하다고 말하고 이들 '문화감옥의 수감자'인 현대인을 해방시키기 위해 '역할을 맡지않은 자'의 이야기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예컨대 인디언과 같은 원시 부족의 다른말인 '역할을 맡지않은자'는 제한된 경쟁의 법칙에 따라 다른 생명체와 조화를 이루고 3백만년 인간의 역사동안 축적된 지식과 호흡하며 살아왔다는 것.
녹색담론의 대안서로 자리매김될 이 책 '고릴라 이스마엘'에서 저자 다니엘 퀸은 '어떻게 살것인가'라는 철학사상의 근간을 주제로 삼아 인문학적 지식(창세기 아담과 이브, 농업혁명, 인디안의 역사 등)과 과학적인 지식(지구생성, 진화, 먹이사슬), 사회과학적인 지식(인구론, 노동의 분화)을 총동원해 우화와 비유를 섞어가며 문학적인 코드로 풀어 놓았다.
'고릴라 이스마엘'은 정형화된 이론이나 감성적 자극에 머물러있는 기존 녹색담론과 달리 고릴라와 인간의 묻고 답하는 대화 형식을 통해 단순하고 명징한 어휘로 녹색이론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미덕을 갖고있다.
배미자 옮김/ 376쪽/ 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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