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북한산에 다녀왔다

 

체험학습으로 북한산 원효봉 등산을 다녀왔다. 처음 아이들과 북한산에 가는 걸 떠올렸을 때는 1학기 초반이었고 그때는 코로나 때문에 올해도 수학여행을 못 가는 게 거의 기정사실인 상태였다. 수학여행을 못 간다면 6학년 마지막으로 뭔가 기억에 남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야외면서 밀집도를 낮출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다가 친구들과 종종 가는 북한산이 떠올랐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어떤 초등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2박 3일 지리산 등산을 갔다는 것도 등산 체험학습을 추진하는 데 영향을 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등산은 몹시 위험한 체험활동 중 하나이다. 절벽 부근에서 낙상하면 크게 다칠 위험이 존재한다. 활동 중에 체력 저하나, 다리 부상으로 인해 낙오되는 학생이 있을 확률도 있다. 응급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계획이 필요했다. 주변에 친한 교사조차 굳이 산에 가야 하냐는 말을 건넬 정도였다. 좋은 의도지만 사고가 나면 그런 의도와 관계없이 모두 교사 책임이 되는데 안 해도 될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맞는 말이었다. 누군들 사고를 예상하고 활동을 계획할까. 최대한 사고를 예방하겠지만 사고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기 마련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북한산에 답사를 다녀오고, 인솔자 사전 모임이 진행되면서 구체적인 활동 윤곽이 나왔지만, 여전히 우려의 시선들이 있었다. 출발 당일 아침까지 학부모가 교육청에 걱정된다는 민원을 넣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런데도 등산을 추진한 건 이번이 교직 생활하면서 아이들과 등산할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올해처럼 마음 맞는 같은 학년 교사를 만나기 어렵고, 학년 전체 학생 수가 적으면서, 학부모님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는 해가 흔한 건 아니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사고 없이 재밌게 등산을 다녀오리라 의지를 다졌다. 다행스럽게 학부모님들이 인솔 교사로 12명이 참여해주셔서 인솔자 1명과 학생 4명이 한 팀을 꾸릴 수 있었다. 체험학습을 진행하면서 굉장히 드문 일인데, 아버님들께서도 인솔에 참여해주셨다. 아무래도 인솔팀에 남자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감사한 이유에서였다.

 

우려와 기대감이 뒤섞인 채 도착한 가을의 북한산에는 단풍이 지고 있었다. 출발 전에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단풍이 많이 떨어져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귀에 인이 박일 정도로 말한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멀리서 보면 형형색색 아름다웠지만 등산로에 단풍 폭탄이 떨어져 있었다. 레드카펫처럼 깔린 단풍을 보면서 무조건 천천히 올라가리라 마음먹었다. 그날따라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것도 부담이었다.

 

이런저런 걱정들은 등산을 시작하면서 사라졌다. 아이들은 생각만큼 산에 잘 올랐다. 등산 경험이 전혀 없던 친구들도 다람쥐처럼 빠르게 산에 올랐다. 혹시나 낙오되는 친구가 생길까 봐 등산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놓고, 체력 순서를 고려해서 조를 짜서 먼저 출발한 것도 도움이 됐다. 한 팀에서 산에 오르는 걸 많이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었다.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자기 페이스대로 정상에 도착했다.

 

원효봉 정상에 도착하자 아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발아래로 보이는 작은 아파트와 도로들이 너무 멋지다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사진을 찍었다. 도시락을 먹으면서 계속 아이들의 표정을 살폈더니 모두 즐거워 보였다. 절벽 바로 앞에는 학부모님들과 교사들이 서서 근처로 오지 못하게 막았다. 위험한 구간은 정상 한 곳이었는데 통제하니까 사고 확률도 사라졌다.

 

내려오면서는 지쳐서 다리가 풀린 아이들이 있었다. 후들거리는 다리와 다르게 올라갈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태어나서 등산을 처음 해 본 친구들, 자주 등산을 다니는 친구들 모두 등산의 매력에 빠지는 시간이었다. 학교에 돌아와서 북한산 등산기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해서 좋았다는 내용이 많이 언급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땀 흘리며 걸어서 나도 좋았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