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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영혼이 없는 사과’로는 안된다

 

 

진도 앞바다에서 좌초된 세월호에는 수학여행에 나선 어린 학생들 300여명과 일반인 승객, 승무원들이 타고 있었다. 누구 한사람 이 큰 배가 침몰하리라는 불길한 예감은 갖지 않았다. 배가 좌초돼 기울었을 때도 승객들은 곧 구출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해경 헬기도 뜨고 경비정도 사고 해역 주변으로 몰려오는 모습은 승객들에게 곧 자신들을 구해주리라는 마음을 갖게 했을 터였다.

 

그러나 누구 하나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 학생들은 “움직이지 말라”는 선장의 명령에 따라 가라앉기 시작한 배 안에서조차 혹시 구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당국에 상황을 전하였다. 그러나 구조대는 오지 않았고 살아야 했던 생때같은 목숨들은 배와 함께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온 국민이 이 끔찍한 수장 장면을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생생히 목격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와 똑같은 죽음이 당국의 무대책과 무대응으로 이번에도 되풀이되었다. 단지 참사현장이 먼바다가 아니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사이의 중간쯤인 1.5km 지점, 우리나라에서 가장 치안이 철통같다는 곳이다. 대통령실과 관저 경비에 무려 1100명이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어서 경찰 출동도 마음만 먹으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는 곳이다.

 

10만여 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려 참사를 빚었던 현장에서 긴급 구조를 요청하는 신고가 쇄도했으나 경찰관 30여명만이 나왔을 뿐이다. 대통령의 이동에 불편을 끼친다는 이유로 도로 통제도 하지 않아 인파는 꾸역꾸역 참사가 예고된 좁은 골목으로만 몰렸다. 참사 당시 구조대원조차 제대로 접근을 할 수 없었던 좁디좁은 곳에서 무려 156명의 젊은 목숨이 깔려죽는 대형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대형 압사사고의 위험을 예감하고 참사 4시간 전부터 112 신고가 무려 10여 차례나 접수됐음에도 1시간 여 동안 누구도 참사 현장으로 달려오지 않았던 것이 사고를 키운 것이다.

 

대한민국의 안전의 역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고 한다. 이후 ‘안전한 나라’는 국가적 의제가 되었고 긴급 재난 발생에 대비해 재난안전관리기본법을 만들고 1조5000억원을 들여 국가재난통합관리체계도 구축했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대형 참사가 어찌 이 땅에서 반복되는가?

 

이는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그 원인과 진실이 감춰진 채 묻혔기 때문이 아닌가?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니 관련자에 대한 처벌도 할 수 없고 그래서 국가적 대참사가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책임 있는 누구도 지금껏 진정한 사죄를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그들 스스로가 부작위와 미필적 고의의 중범죄자들임을 방증한다. 최소한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등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능력과 자격이 없음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은 석고대죄해야 한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엄벌도 그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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