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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세기 한중 지식인들의 교유…실학박물관 ‘연경의 우정’

한·중 수교 30주년 맞아 기획
홍대용·박제가·김정희 등 조선-청나라 문인 간 우정 다뤄
다른 언어·문화 속 교유한 한중 지식인 필담, 편지, 그림 선봬
‘실학자 후손이 다시 걷는 연행사진전’ 함께 진행

 

청나라 수도 연경(燕京, 현재의 북경)의 ‘유리창 거리’. 고서점이 즐비한 곳으로, 조선 연행사들이 중국 사행을 갈 때마다 각종 서적 구매 등 다양한 문화 활동으로 한·중 지식인 교유가 이뤄지던 장소였다.

 

언어도, 문화도 달랐던 조선과 청나라 문인들은 한문이라는 공통점으로 고전에 대한 이해와 유교적 인격 수양 등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달 실학박물관에서 개막한 전시 ‘연경의 우정’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오랜 시간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한국과 중국의 지식인들 간 문예 교류와 우정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전시는 한·중 외교사에서 지식인 간 교유가 최절정이던 18~19세기, 조선 후기 민간차원에서 이뤄진 한·중 지식인들 간의 우정을 필담, 편지, 그림 등을 통해 보여 준다.

 

전시는 ▲만남의 공간, 연경 유리창 ▲홍대용과 엄성의 천애지기 ▲북학파, 중국에 알려지다 ▲한류의 선봉, 초정 박제가 ▲추사 김정희, 60일의 여정과 학술 외교 ▲19세기 청조 문인과 조선 등 총 6부로 구성됐다.

 

‘홍대용과 엄성의 천애지기’는 담헌 홍대용과 청나라 문인 엄성의 우정을 이야기한다.

 

1766년 연행단의 일원으로 연경에 갔던 33살의 젊은 홍대용은 그해 2월 엄성, 육비, 반정균 등을 연경 유리창에서 처음 만난다.

 

이들은 시문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왕래했는데, 홍대용은 특히 엄성과 한 달간 7번의 만남을 가지며 죽을 때까지 천애지기 우정을 나눴다. 병에 걸린 엄성이 홍대용이 선물한 묵향을 맡으며 세상을 떠났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전시에서는 엄성의 초상화와 엄성이 그린 홍대용 초상, 홍대용이 연경 사행 후 한글로 기록한 여행 견문록인 ‘을병연행록’ 등을 볼 수 있다.

 

 

‘한류의 선봉, 초정 박제가’는 국제관례를 고민했던 조선시대 대표 지식인 초정 박제가를 소개한다. 한·중 지식인 관계망의 정점에 섰던 박제가는 10년간 네 차례 중국을 다녀왔다.

 

그는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와 함께 이미 중국 땅을 밟기도 전에 연경 시단에서 시인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으며, 중국 연행을 통해 기윤, 옹방강, 완원 등 청나라 학계 일급 지식인들과 교유했다.

 

박제가의 셋째 아들 박장암이 부친과 중국 문인들이 교유한 시·편지 등을 엮어낸 ‘호저집’에 등장하는 중국 인사만 180명이 넘는다. 박제가가 중국 명사와 얼마나 많은 교유 관계를 맺었는지 짐작케 한다.

 

 

‘추사 김정희, 60일의 여정과 학술 외교’는 박제가가 닦아둔 문인 간 교류가 19세기 추사 김정희와 신위, 이상적 등에 이어져 금석학 등 학술 교류로 확장된 내용을 다룬다.

 

추사는 당대 최고의 대학자였던 옹방강과 완원을 만나 사제의 도의를 맺었다. 완원은 김정희에게 고증학·금석학 이론과 학설을 전해주기도 했는데, 김정희는 두 사람과의 지속된 교류를 통해 명실상부 ‘청조학(淸朝學) 연구의 제일인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전시를 기획한 이성연 학예사는 “‘연경의 우정’을 통해 엄성과 홍대용이 나눴던 유리창의 우정을 되새기면서, 지속 가능한 한·중 교류의 장이 다시 열렸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이며, 전시기간 중 ‘실학자 후손이 다시 걷는 연행사진전’이 함께 진행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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