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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소한 물음표에서 시작되는 ‘철학’

 

◆ 물속의 철학자들 / 나가이 레이 지음 / 김영현 번역 / 다다서재 / 272쪽 / 1만 5000원

 

철학은 의외로 단순하다. 철학이란 ‘왜냐고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문이라기보다 행위나 일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지도 모른다. 질문은 딱히 고상할 필요가 없다. ‘왜 사는 걸까?’ ‘왜 세계는 존재할까?’ 같은 질문뿐 아니라 ‘왜 퇴근했는데 회사 사람들과 메신저로 연결되어 있어야 할까?’ ‘왜 사귀는 사람이 있고 행복한데 바람을 피우고 싶을까?’ 하는 질문도 좋다. (본문 133쪽 중에서)

 

‘물속의 철학자들’은 젊은 여성 철학자인 저자가 일상에서 포착한 ‘철학이 시작되는 순간’들을 담은 책이다.

 

학교, 기업, 미술관, 카페, 거리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철학 대화’를 나누는 철학 대화 활동가이기도 한 저자는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되는 ‘손바닥 크기의 철학’을 제안한다.

 

도통 알 수 없는 철학 용어가 넘쳐나는 ‘대철학’이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과 당연시 여겨온 생각을 의심하며 시작하는 ‘작은 철학’ 말이다.

 

저자는 별것 아닌 사소한 질문들에서 철학이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삶,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만이 아니라,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라고 묻는 미용사의 질문처럼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순간들에 철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용사의 질문은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의문으로 확장되고,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초등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또한, 저자의 철학대화에는 성별, 연령, 직업, 학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참여한다.

 

‘인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주제로 대화하는 초등학생부터 ‘우리 애는 왜 약속을 안 지킬까?’를 이야기하는 주부, ‘일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직장인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신만의 철학을 풀어놓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생각한다.

 

이렇듯 책은 저자의 철학 대화에서 오갔던 흥미로운 이야기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철학적 순간들에 대한 고찰을 보여 준다.

 

하지만 철학은 질문에 쉽게 답을 내어주지 않는다. 질문은 질문으로 돌아올 뿐이다.

 

누군가가 싫어서 고민하는 사람에게 ‘그냥 싫어해도 되지 않아요?’라고 묻고, 잘났다는 건 뭘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왜 그런 게 궁금하죠?’라며 물음표로 되돌아온다. 질문이 돌아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당연했던 생각을, 견고했던 일상을 흔들어놓는다.

 

그러나 저자는 부서지고 무너지는 동시에 새롭게 태어나고 완성되는 것이 철학이라고 이야기한다. 철학은 괴로운 현실과 마주한 우리가 ‘다 그런 거야’라는 수동적인 태도에 빠지지 않고, ‘질문’을 던지면서 ‘다른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게 해준다고 전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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