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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고성(孤聲)] 역사를 두려워하라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의 위원장 임기가 12월 9일 종료되고 정부는 새로운 위원장 후보로 극우적 인사로 지명했다. 진화위는 과거 국가폭력으로 억울한 피해를 본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국가의 손·배상과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목적을 가지고 출범한 단체이다. 이를 위해 진화위는 항일독립운동,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권위주의 통치 시에 일어났던 다양한 인권침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등을 조사하고 진실을 밝히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인 조사기관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성립된 신생 국가들 대부분이 수많은 국가폭력과 인권탄압에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켰다. 우리나라 역시 그 피해사례로 따지면 만만치 않다. 해방 이후 냉전과 분단 그리고 이념대립으로 그리고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우리의 진화위와 비슷한 기구로 대표적인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위원회’이다. 300년 동안 흑백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한 남아공의 국가폭력은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그러나 1994년 국민투표로 집권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아픈 과거사를 정리하기 위한 전담 위원회를 설치하고, 과거사의 진실을 밝혀 화해를 위한 방법으로 가해자의 반성과 피해자, 유가족의 용서를 꾀했다. 세계가 찬양한 남아공의 과거사 정리는 이렇게 완성될 수 있었다.

 

우리도 진실과 화해를 기다리는 제주도 4.3항쟁과 6.25 전쟁의 참화 속에서 발생한 보도연맹 등 민간인 학살, 인혁당 사건처럼 사법부를 이용한 살인행위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변까지 그 사례들이 일일이 열거하기도 부족하다. 지금껏 진화위는 화성시 선감학원의 인권탄압 사례를 발굴하는 등 실적이 많았지만, 아직도 남은 과제가 1만 8천여 건이다. 시급히 조직을 보강하고 조사요원의 증원이 필요하지만, 위원회 활동 시한은 겨우 1년 5개월 남았다.

 

문제는 차기 위원장 후보이다. 뉴라이트 운동을 앞장섰던 그는 아픈 우리의 과거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자이다. 이미 독재자로 판정이 난 이승만과 박정희를 찬양하고, 제주 4.3항쟁을 ‘반한·반미·반유엔·친공투쟁’이라는 막말과 희생자들은 제주도민 유격대에 의해서 발생하였고, 친일청산이 안된 것은 공산세력 때문이라는 등 도저히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는 자이다. 이런 지명은 민주화운동 전체에 대한 모욕이고 폭거이다. 그동안 각종 위원회에서 위원장의 행태에 따라 위원회의 구성과 노선이 결정되어 파행을 겪은 일을 숱하게 보아온 입장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다른 기구의 장은 자신의 코드에 맞는 자를 임명하더라도 진화위의 위원장만은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왜 지켜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으로 임명해 주어야 한다. 우리가 아픈 과거사를 정리하는 이유는 그 시대가 우상의 숭배가 아닌 이성적 사람들이 살았다는 역사적 기록 때문이다. 후세가 어떻게 기록할지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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