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1 (화)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신년 특집] 2023 계묘년(癸卯年), 위기에서 벗어나는 희망찬 새해

2023년은 ‘귀여운 해’가 될 것이다.

풍요니 평화니 행복이니 하는 좋은 말이 많은데 귀여운 해라니?
내년이 癸卯年 토끼의 해이기 때문이다. 귀엽다는 것은 행복한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므로, 풍요와 평화와 행복은 모두 그 안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니 귀여움 넘쳐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토끼는 귀엽게 생겼을 뿐 아니라 사람과 친한 동물이어서 사람의 생활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다. 귀여운 자녀를 ‘토끼같은 새끼’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전시하고 있는 ‘새해, 토끼왔네!’ 특별전에 가면 토끼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토끼는 동물로서의 토끼(兎)와 십이간지(十二干支)에서의 토끼(卯)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한 설화와 유물의 종류가 다양하다. 토끼는 사람들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의 사랑을 받는다. 토끼를 그린 영모화(翎毛畵)부터 토끼 모양의 노리개와 장신구, 토끼털을 이용한 목도리까지 동물인 토끼를 소재로 한 것이 많다.
 
간지(干支)는 원래 동물과 관련 없이 시간과 공간의 단위로 상징되었는데,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부터 동물로 표시되기 시작했고, 12동물은 나라마다 조금씩 달라서 인도의 경우 독사(毒蛇)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12간지의 네 번째인 토끼(卯)는 방위로는 정동(正東)을 가리키고, 달은 음력 2월이며, 시간으로는 이른 아침 다섯 시부터 일곱 시까지이다. 동쪽은 해가 뜨는 방향이고, 2월은 농사가 시작되는 계절이며, 5시는 일과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전통적 풍수지리에서는 무덤의 동쪽 방향 수호신이기도 하다.
 
토끼는 그 생김새가 귀는 길어서 쫑긋하고, 밝은 눈을 가졌으며, 입은 갈라졌다. 모든 동물은 네 다리가 거의 같은데 토끼는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짧다. 꼬리는 뭉툭해서 꼬리 역할을 못하고 털은 보송보송하며 작은 체구에 비해 동작은 민첩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토끼의 몸 전체가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있다. 어느 동물이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경우는 많지만, 몸의 구조 하나하나 모두 다 제각각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동물은 없다.

 

 
토끼의 간(肝)은 영원히 늙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는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약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토끼의 간은 눈이 어두운데 효험이 있다. 눈을 밝게 만들고 허로(虛勞)를 보충해 준다는 것이 한의학 서적에 소개돼 있고, 심지어 똥은 완월사(玩月砂)라 하는데 창병(瘡病)이나 치질 치료약으로 소개되어 있다. 쫑긋한 귀는 오래 살 수 있는 상이고, 소리를 잘 듣는다. 긴 뒷다리는 튼튼하여 사악한 기운에서 달아날 수 있으며, 윗입술이 갈라져 여음(女陰)을 상징하니 다산(多産)을 상징하며, 흰털은 백옥같은 선녀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임산부에게는 여러 가지 금기(禁忌)하는 것이 있는데, 오리고기를 먹지 못하게 했고, 언청이가 태어난다고 하여 토끼 고기를 먹지 않았다. 토끼의 윗입술이 갈라진 데서 유래하며 언청이를 토순(?脣) 혹은 토결(?缺)이라 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토끼는 낳을 때 입부터 내밀면서 나오기 때문에 태아 역시 입부터 내밀고 나올까 걱정해서이기도 하다. 비과학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과학의 발달이 안된 시대였기에 건강한 아기의 탄생을 바라던 조상들의 간절한 바램이 모든 일에 조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옛사람들은 말씨, 행동, 마음씨 뿐 아니라 음식까지도 조심했으니, 임산부의 모든 것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토끼의 상징 가운데 월중옥토(月中玉兎)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해 속에는 삼족오(三足烏)가 있고, 달 속에 토끼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토끼 중에서도 옥토끼다. 토끼는 선량하고 평화로운 동물로서 사람들에게 달 속에 사는 토끼는 이상향에 사는 동물이다. 어두운 밤이지만 토끼는 눈이 밝기 때문에 불사약을 찧을 수 있다. 유향(劉向)은 ‘오경통의(五經通義)’에서 ‘달 속에 토끼가 있는데 옥토끼라고 한다. 달빛이 하늘을 비치면 토끼는 부지런히 약을 찧는데, 사람들에게 복이 내리는 것은 이 토끼가 부지런히 약을 찧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약을 찧은 토끼는 낮에는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다가 해가 질 무렵 다시 일어나 또 약을 찧기 시작한다’고 했다. 달 속의 토끼는 동요 ‘반달’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로 나타나고 있다.
 


토끼는 겁이 많지만 꾀가 많아서 절대로 기죽지 않은 동물이다. 그래서 옛날이야기 속의 토끼는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라도 꾀를 부려 슬기롭게 벗어난다. 우리나라 고대사를 알려주는 ‘삼국사기’에 김유신 장군이 고구려에 잡혔다가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로 탈출하게 된 사연이 실려 있고, 수궁가(水宮歌), 별주부전(鼈主簿傳) 등은 이야기책 뿐 아니라 판소리로 불려지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토끼는 교활한 사람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래서 교토(狡兔)라고 묘사되기도 하는데, 토끼에게 속아 넘어간 동물은 자라(별주부) 뿐 아니라 호랑이도 있다. 용왕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토끼의 간을 뺏기 위해 용궁까지 토끼를 유인한 자라의 충성심도 갸륵하지만, 토끼의 꾀는 자라의 충성심을 뛰어넘는다. 간이 워낙 명약이라서 노리는 이들이 많아서 산속에 숨겨 두고 왔으니 뭍으로 다시 나가 가져오겠다며 탈출에 성공한다. 가장 존귀한 존재인 용왕이 가장 약한 미물에 불과한 토끼의 꾀를 못이긴 것이다. 토끼를 잡아먹으려던 호랑이는 토끼의 꾀에 넘어가 죽음을 맞게 된다. 힘 있는 자들을 능가하는 서민들의 대변자 역할을 토끼가 하고 있는 것이다.

 

 
토끼는 민첩하여 심부름꾼이나 전령(傳令) 역할을 맡는 충성스러운 동물이기도 하다. 경북 문경 마성면에는 ‘토끼비리(兔遷)’라는 지명이 있다. 매우 험한 절벽 이름인데 길을 잃은 고려 태조에게 토끼가 절벽을 따라 달리며 길을 안내했다는것이다.
 
교토(狡兔)는 부정적 의미로서 교활한 토끼를 의미하지만, 꾀가 많다는 긍정적 의미가 강하다. 교토삼굴(狡兔三窟)이라는 말이 있다. 교활한(꾀많은) 토끼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집토끼는 굴을 잘 파는데, 위태로울 때를 미리 대비하여 굴을 셋이나 뚫어 둔다는 것이다.
 
옛날 중국 제나라의 맹상군(孟嘗君)에게 문객인 풍환(馮驩)이 ‘꾀 많은 토끼는 굴 세 개가 있어서 겨우 죽음을 면할 수 있다.(狡兔有三窟, 僅得免其死耳)’고 조언을 해서 맹상군이 그의 계책대로 해서 수십년 제나라의 벼슬을 하면서 화를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토끼가 세 개의 굴을 파 두듯이 생각지도 못한 재난과 위기가 많은 요즘 우리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고사성어이다. 

 

 
2023년 토끼띠의 해이다. 생육과 번성의 기운이 강하고 다산하는 기운을 따라 풍성하고 넉넉한 한 해가 될 것이다. 토끼는 12띠 중에서 가장 생기발랄한 동물이다. 길다란 귀는 소리에 민감하여 먼 곳의 소리도 잘 듣는다. 토끼의 눈은 빛에 대한 감도가 매우 좋아서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본다. 수궁가에서는 토끼의 눈이 밝아서 별명을 ‘명시(明視)’라고 하였다. 튼튼한 뒷다리로 오르막길을 잘 뛰어오르기 때문에 토끼 꿈을 꾸면 승진하게 된다. 여러 마리의 토끼가 하늘에 오르는 꿈은 지위와 명예가 상승한다. 토끼가 나무에 올라가는 꿈은 귀인(貴人)을 만나서 크게 도움을 받게 된다고 믿는다.
 
이 시대는 정보의 시대이다. 첨단 정보를 잘 보고 잘 보아서 힘차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시절이 가고 토끼털처럼 부드럽고 포근한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러나 자만해서는 안되겠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처럼 지나친 자만심으로 자기의 꾀에 넘어가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서거정(徐居正)이 시를 지어 ‘듣건대 옥토끼가 장생약을 찧고 있다 하니(似聞玉兎長生藥), 그 약 좀 나눠주어 청춘을 머물게 해줬으면(乞與圭刀駐少顔)’이라고 한 것처럼 불로장생의 약을 나누는 심정으로 새해를 맞이하기를 바란다.

 

 

도움말=성남문화원 부설 성남학연구소 윤종준 상임위원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