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2년 트란실바니아. 한 부부가 갓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며 행복함에 젖어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이 어두워지는 아이의 아버지. 그는 자신이 가진 저주를 아이가 잇지 않기를 바라며 “끝까지 널 지킬게”라는 다짐을 한다.
죽을 수 없는 형벌을 받은 남자, 사람의 피를 먹어야하는 흡혈귀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다.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뮤지컬 ‘드라큘라’는 1897년 발간된 브람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95년 체코 프라하에서 초연된 후 전 세계 약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처음 선보였다.
작품은 비운의 운명을 가진 드라큘라 백작과 아내 아드리아나의 사랑이야기를 주축으로 한다.
아내 아드리아나는 드라큘라에게 드리워진 흡혈의 욕망까지도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존재다. 저주를 거부한 채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던 그에게 그림자가 드리운다.
루치안 헬싱 대주교가 이끄는 십자군이 드라큘라가 교황청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가 잠시 성을 비운 사이, 가문을 몰살한 것이다.
뒤늦게 성에 도착한 드라큘라는 아드리아나가 납치된 것을 알고 대주교를 찾아가지만, 결국 그녀는 세상을 떠난다.
아드리아나의 죽음 앞에 절규하는 드라큘라의 모습은 극을 절정으로 이끈다. 아직 자신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며, 신과 운명에 지지 않겠다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처연함이 가득하다. 동시에 ‘피의 천사’로 분한 앙상블들이 나와 무대를 꽉 채운다.
또한, 효과적인 무대연출이 관객의 몰입을 더한다. 돔 형태의 무대 세트가 회전하며 드라큘라의 성이 됐다가, 400년의 시간이 흘러서는 파리의 극장으로 분한다. 헬싱가가 비열한 작전을 세우는 교황청과 거처가 되기도 한다.
적절한 영상 활용도 돋보인다. 막이 오르기 전 스크린에 영상과 자막을 보여줘 마치 영화 에필로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세트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배경들도 영상으로 처리해 실감나는 무대를 만들었다.
드라큘라와 아드리아나의 사랑만으로 허전했을 서사는 드라큘라의 심복 ‘디미트루’와 먼 친적 ‘로레인’이 담당한다.
가문이 몰살되던 당시 둘은 드라큘라의 피를 먹고 가까스로 살아나 드라큘라와 함께 400년의 삶을 이어간다.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드라큘라를 짝사랑하는 로레인,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디미트루는 애절함과 순수함을 담아낸다.
드라큘라 역에는 국내 초연부터 함께한 신성우를 비롯해 안재욱, 정동하, 테이가 출연한다. 디미트루 역에 김진환, 유승우, 이병찬, 종형, 반헬싱 역에 김법래, 이건명, 김준현, 아드리아나 역에 김아선, 정명은, 로레인 역 여은, 이윤하, 이소정이 무대에 오른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