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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대학입시, 이과생의 문과 침공?

 

2021년에 이어 이어 지난해 두 번째로 치러진 대학입시에서 고등학교 이과 학생들이 문과계열 학과에 대거 지원한 것을 두고 ‘침공’이란 어휘까지 등장했다. 국어에서는 ‘화법과 작문’ 대신에 ‘언어와 매체’, 수학에서는 ‘확률과 통계’ 대신에 ‘미적분’을 선택한 이과출신들이 훨씬 유리한 점수로 인문계열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에서는 그 비율이 80~90%에 육박했다고 한다. 그로기 상태의 인문학에 결정타를 날리는 형국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등학교 문·이과 통합교육을 폐기해야 하나?

 

자기 점수를 가지고 예측할 수 있는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미세하게 보완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개혁의 차원에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해 수능 지원 결과를 보면, 표준점수에서 유리한 국어의 ‘언어와 매체’, 수학의 ‘미적분’ 선택 비율이 재작년에 비해 각각 4.7%포인트, 5.5%포인트 늘어났다.

 

재작년의 경우 문과생이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가 이과생이 선택하는 ‘미적분’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에서 3점이나 적어 선택과목 유·불리 논란이 일어났었다. 어려운 문제에 가중치를 부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학 경시대회 출전할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것도 아닌데 전체적으로 너무 어렵게 가르친다. 대학입시에서 분별력을 가리기 위한 것일 텐데, 이는 학생들을 도구로 인식하는 어른들의 횡포다. 기초학문인 수학을 원래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하고 기피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플라톤이 설립한 아카데메이아에서는 기하학을 필수과목으로 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고등학교에서 문·이과 구별을 폐지한 것은 만시지탄이나마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 구별이 차별이 되어 대학교육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극단적으로 세분화된 학과에서 좁디좁은 전문지식 공부에 몰두하게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은 짓이다. 특히 문과 출신들이 국가의 중요 자리를 독차지하면서 이공계 정책까지 좌지우지하는 것은 해괴하기까지 하다. 이는 조선시대 글 선비들이 장영실과 같은 과학기술자를 차별하는 것과 같은 오만이다. 더구나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는 21세기 사회에서는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이렇게 편협한 교육체계와 정책결정구조를 고수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도 그랬고, 9월 22일 공개된 19인의 국가교육위원회 위원들 중에 자연과학 전공자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사람들 중에 반도체의 원리와 의미를 이해하는 이가 있을까?

 

고등학교의 문·이과 통합교육은 대학에 가면 허사가 된다. 교수들의 기득권 때문에 학과 중심 체제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사에서 박사까지 동일학과를 우대하는 전통의 순혈주의는 학문생태계의 퇴조와 기형화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경계를 초월해 섞어놓아야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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