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한순간 사라졌구나/ 더 이상 아프지 말고/ 더 이상 슬퍼하지 말고/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다시 돌아오라 바람이여/ 예약처럼/ 선물처럼/ 개선군처럼 돌아와/ 영원히 이 골목을 채워라 (맹문재 시인)
지난 5일 10·29 참사(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꼭 100일이 지났다. 이 시간이 지날 동안 명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고, 유가족협의회가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두고 서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는 서울시에 ‘자진 철거’ 통보를 받아야했다.
이런 가운데 10·29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전시가 열렸다.
서울 인사동 아르떼숲 갤러리에서 개최한 전시 ‘너의 이름을 부른다’는 10·29 참사로 피어나지 못하고 저물어간 청춘들을 추념하기 위해 계획됐다.
박재동 화백을 비롯해 공은주, 박근수, 이윤숙, 이익태, 전승일, 김봉준, 제갈양 등 총 29명이 작가들이 글과 그림으로 전시에 참여했다.
박근수 작가는 출품작 ‘우리 아이’를 통해 꿈도 키워보지 못하고 떠난 젊은이들을 표현했다.
박 작가는 “작품 속 종이 거울은 모두 쪼개져 있다. 꿈을 펼치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젊은이들을 깨진 사람의 형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하며 “전시를 통해 이 참사가 저 멀리 일어난 일이 아닌 우리 주변의 일이라는 자각을 관람객들이 얻고 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5일 10·29 참사 100일에 맞춰 전시장에 넋기림 무(舞)를 진행했다. 한국무용가 김서정이 참여해 출품 작가들과 함께 전시장 곳곳을 돌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10·29 참사 희생자 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를 안아주던 넋기림 무의 말미에는 현장에 있던 전시 관계자와 관람객 모두가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조미은 씨는 “와서 그림 하나 하나를 보고, 글귀 한 줄 한줄을 읽다보니 제가 여기 너무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에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여기를 못 왔으며 어땠을까 너무나 후회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아이들을 이렇게 기억해주시고 그림으로 표현해 주시고, 글로 써주시고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전시를 기획한 아르떼숲 갤러리 정요섭 관장은 “‘너의 이름을 부른다’는 기성세대로서 젊은 넋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살아왔는지 돌아보는 전시”라며 “이를 위해 예정된 전시를 뒤로 미루기도 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에 여러 작가님들과 한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