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90%가 제조업에 종사한다. 이들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이들이 거주하는 기숙사는 소음과 추위에 취약하고 비위생적인 곳이 대부분이다. 농축산어업과 달리 제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주거 대책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경기신문은 제조업 이주노동자의 주거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 대안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고용허가제 사각지대 놓인 제조업 이주노동자 주거 현실
②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이주노동자 주거 개선 대책은 ‘허술’
③ 경기도, 올해 예산 27억 원 책정…공공기숙사 설립 투입
<끝>
정부의 이주노동자 주거 개선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지자체라도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입국한 이주노동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이주노동자 전용 공공기숙사 설립, 관련 조례 제·개정 등 도 차원의 지원 방안을 고려중이다.
다만 제조업 종사자가 대부분인 도에서 이주노동자 주거 정책이 농업 관련 부서에만 한정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도에 따르면 도 농업정책과는 경기도의회 국민의힘과 농어업종사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전용 공공기숙사 시범도입 등 ‘경기도형 지원모델’ 구축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도는 공공기숙사 설립을 위해 올해 본예산에서 27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도 관계자는 “관련 예산을 바탕으로 도의회 측과 협의해 구체적인 설립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도는 지난 2021년 초 도내 이주노동자 기숙사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그해 6월 ‘경기도 농어촌 외국인노동자 주거모델 개발을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 발간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도의회도 도내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개선 해결을 위해 정책회의와 조례 제·개정 등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 주거모델 개발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고, 지난 달 말에도 공공기숙사 설립 방향 등 관련 정책회의를 진행했다.
곽미숙(고양6) 대표의원은 “이주노동자 공공기숙사 시범사업이 농민들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진행되도록 앞으로도 현장에서 많은 의견을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고준호(파주1) 정책위원장도 “농지 사용 일시 허가를 통한 주거시설 마련 등 관련 조례를 통해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한 범주를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내용의 조례를 첫 발의했다. 강태형(안산5) 의원이 발의한 ‘경기도 농어업 외국인근로자 인권 및 지원 조례안’은 7일부터 열린 제366회 임시회 안건으로 채택됐다.
조례안에는 ▲농어업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장과 안정적인 근로·주거환경을 위한 지원계획 ▲인권·근로·주거를 위한 지원 사업 ▲현장실태조사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조례 제정을 위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조례안 입법예고창에 달린 반대 댓글에는 도의 재정을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에 활용하는 것은 ‘내국인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안건 상정을 위해선 다양한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야하는데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인 가운데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안건 상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 제고 등 권리 신장을 위한 대책은 장기적으로는 국내 노동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주민 인권단체 ‘지구인의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최저 조건이라도 갖춰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보니 사업장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양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주거권 문제를 들여다봐야한다”며 “기본적인 주거 환경이 갖춰진다면 최저 노동 환경 조건도 개선돼 국내 노동자들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