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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컨테이너 기숙사, 단순 신고로 ‘뚝딱’…관할 지자체 점검도 미흡

고용노동부, 2년 전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사망 후 개선책 마련
全 업종, 가설건축 숙소 제공은 고용허가 불허…농업에 치우쳐
지자체, 가설건축 축조신고 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설치 가능
전문가 “열악한 숙소가 대부분…노동부 나서 점검 엄격히 해야”

 

경기도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이주노동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90%가 제조업에 종사한다. 이들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이들이 거주하는 기숙사는 소음과 추위에 취약하고 비위생적인 곳이 대부분이다. 농축산어업과 달리 제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주거 대책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경기신문은 제조업 이주노동자의 주거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 대안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고용허가제 사각지대 놓인 제조업 이주노동자 주거 현실
②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이주노동자 주거 개선 대책은 ‘허술’
<계속>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비전문취업(E-9) 비자를 받아 국내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지난해 말 기준 20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8만 3514명으로 이 중 7만 4764명이 제조업에 종사 중이며 나머지는 농축산업, 건설업, 어업,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만 명의 이주노동자가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데, 7만 5000명이 제조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이 머무는 공장 내 기숙사 대부분이 추위와 소음에 취약하고, 비위생적인 환경 탓에 이주노동자들은 기본적인 주거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주거에 대한 법과 지침은 마련돼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포천시의 한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던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여성은 추위를 견디다 못해 생을 마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듬해 1월 ‘외국인근로자 주거환경 개선 지침’을 발표했다.

 

농축산어업 분야에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 신청 시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조립식패널 등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면 신규 고용허가를 불허한다는 내용이다. 노동부는 그해 7월부터는 해당 내용을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전 업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가설건축물 축조신고필증(임시숙소 용도)을 발급받으면 가설건축물 숙소는 예외적으로 허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제는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는 단순 신고로 필증 발급이 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사업주는 신고를 통해 컨테이너를 기숙사로 등록, 이주노동자에 제공하며 매달 사용료를 받는다.

 

건축주와 연면적과 대지면적, 대지위치 등이 적힌 축조신고서와 배치도·평면도, 인감 등만 지자체 관련 부서에 제출하면 일주일 만에 필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화성시 한 관계자는 “가설건축물 사용 용도를 임시숙소로 해서 신고 서류를 제출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필증이 발급된다”며 “축조신고는 말 그대로 신고”라고 말했다. 

 

김포시 한 관계자도 “지자체는 건축법 시행령에 근거해 허가를 내준다”면서 “제한이 있다면 신고 전 가설건축물을 지으면 안 되는 정도고 다른 용도로 활용하더라도 알 수는 없다”고 했다. 

 

이주노동자들이 각 지자체 고용센터에 가설건축물로 지어진 불법 기숙사에 대한 조사·신고 진정서를 내더라도 별다른 답변을 얻을 수 없는 건 이 같은 지침 때문이다. 

 

한 지자체 고용센터 관계자는 “진정서가 들어오면 고용노동부의 사업장 변경고시에 따라 외국인근로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근로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지자체 신고 필증을 확인하고 안 받았으면 규정을 설명한다”면서 “미신고로 인해 이주노동자가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수 있다고 사업주를 설득해 신고서를 받아오도록 하는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용센터가 사업주와 노동자 관계에 껴서 직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며 “필증이 있어도 열악하다고 판단되면 사업주에게 시정요구 정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이주노동자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선 고용노동부가 매년 시행하는 고용사업장 내 기숙사 주거실태 점검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동부는 농지 위에 지어진 비닐하우스 숙소는 농지법상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고, 기숙사 현장점검도 농업에 한정해 특별점검을 벌이고 있다. 

 

‘이주노동자기숙사산재사망대책위원회’의 최정규 변호사는 “실제 이주노동자 기숙사를 가보면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엄격히 감독해야 할 정부나 지자체 등의 조사는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캐나다 같은 경우 고용허가 전 현장에서 기숙사 등을 사전 점검한 후 사업장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3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하지만 고용허가 사업장은 최소 3만 개가 넘는 상황”이라며 “이는 전체 사업장의 10분의 1도 점검하지 않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김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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