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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강시 기계 도시 속 난장이들…소설 ‘난쏘공’의 배경, 인천 동구 만석동을 걷다

난쏘공 조세희 작가 49재 추모 답사…인천역부터 인천산선까지
동일방직·공장 노동자 줄사택 등 노동 역사 담긴 곳 살펴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서울 낙원구 행복동 46번지 무허가 집에 살던 난장이 가족은 주택 재개발 사업으로 살던 집이 헐리자 은강시로 이사한다.


공장 지대가 만들어진 이곳에서 난장이의 3남매 영수, 영호, 영희가 일한다. 피로와 잠을 쫓으며 일하는 그들의 모습은 1970년대 노동자의 삶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그대로 보여 준다.

 

난쏘공의 배경인 은강은 인천이고, 3남매가 일했던 작품 속 기계 도시는 동구 만석동이다. 이 일대를 걷는 것은 당시 노동자의 삶을 따라 걷는 것과 같다.


지난 11일 오전 조세희 작가의 49재 추모 답사 ‘난장이들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걷다’가 진행됐다. 조 작가는 지난해 12월 25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답사는 중구 인천역 광장에서 시작했다. 답사에 참여한 60여 명은 뱀골과 새우젓골목을 지나 북성포구의 좁은 골목을 따라 걸었다. 송미영 해설사와 김도진 도시산업선교회 담임 목사가 해설을 맡았다.

 

골목길에서 나오자 난장이의 아내와 아이들이 살던 만석동 43번지 일대에 도착했다.

 

현재 만석3차 주공아파트가 있는 이곳은 공장 노동자들과 생업을 위해 굴을 따는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공장들을 연결해 주는 산업 철도를 따라 석탄 등 공장에서 필요한 연료를 나르는 기차들도 다녔다.

 

 

소설 속 영희가 다녔던 은강방직이자, 1970년대 여성 노동운동의 상징인 동일방직도 볼 수 있었다.

 

당시 작업장의 노동 환경은 열악했다. 실내 온도는 39도까지 올라가고 방직 공장 특성상 먼지도 많았다. 이로 인해 폐질환을 앓는 경우도 많았다. 담벼락 사이로 난 파란색 대문으로 폐질환으로 숨진 노동자들이 나왔다.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동조합 지부장은 “방직 공장이 얼마나 먼지가 많냐. 그런데 샤워 시설이나 탈의실이 전혀 없었다”며 “벗은 옷들에는 퇴근하고 나오면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탈의실은 여성 집행부가 들어선 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동일방직 맞은편 시바우라전기(현 일진전기) 줄사택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주변 해안가를 매립하면서 주택가가 형성됐고 여러 공장의 사택들도 함께 들어섰다.

 

현재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인 조선기계제작소의 사택, 인천공작창 사택들도 주변에 자리 잡았다.

 

 

괭이부리마을 언덕을 넘어 답사 마지막 장소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에 도착했다. 노동자대학으로도 불리며 노동자들이 노동의 역사와 권리 등을 공부하던 곳이다.

 

이곳은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위기였지만, 사업 구역에 있는 다른 종교시설 터로 원형 이전한다. 그 옆에 노동역사문화관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난쏘공 발간 40여 년이 흘렀다. 조세희 작가는 자신의 책이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고 했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소설 속 세상보다 더 나은 현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동안 걸어온 역사를 마주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답사에 참여한 허성현(20) 씨는 “답사를 통해 노동자들의 투쟁과 희생으로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있게 됐다는 것을 느꼈다”며 “다음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샛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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