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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용인 문예인(文藝人)을 찾아서 2…’문화와 예술의 뿌리는 혼(魂)이다

한국화가 이보름, '혼(魂)'에 충실한 참 예술인
이 작가 "나조차 깨닫지 못했던 자아의 비밀스런 모습이 나의 주제다.”

 

문화와 예술의 뿌리는 혼(魂)이다.

 

혼(魂) 없는 문화와 예술은 꽃 필수도 꽃이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다. 특례시를 자랑하는 용인에 ‘문화예술혼’은 있을까.

 

“있을까요?”라고 반문하는 예술인이 있어 용인문화예술계의 희망을 본다. 없다면 싹이라도 틔워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물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용인은 지자체에 빌붙어 기생놀이를 하며 용인지역 문화예술계의 주류인 양, 깝죽(?)거렸던 ‘문예빙자인’들의 오만방자함이 있었고 참문예인들은 그들이 천박한 잔치를 벌이는 동안 예술혼을 벼르며 내공을 쌓았다. 그 힘으로 세월을 견뎠다.

 

‘문예빙자인들’은 곤궁함을 자양분으로 예술혼을 피우는 이들 앞에서 공직과의 인연을 앞세워 거들먹거리며 ‘돈 잔치’를 펼쳤다.  이런 문예빙자인 숲에서 오롯이 예술혼을 지켜온 용인 참문화예술인들 앞자리에 한국화가 이보름이 있다.

 

정중동 문예인 가운데 갑(甲)이다. 게다가 50대, 얼마나 젊고, 또 좋은가. 희망의 근거다.

 

기흥구 마북동 작업실에서 묵묵히 자신의 작업을 하며 제자들을 양성한 지 20여 년 세월이다. 원로 선배들을 받들며 후학을 키워온 ‘삶과 문예(文藝)의 모범’으로 불린다.

 

작품 세계는 멀리 있는 나를 가까이 끌어들여 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그 무엇(et was)’을 추구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줌인 앤 줌아웃’을 통해 세상을 보겠다는 예술가의 혼과 의식의 확장, 거기에 더해 보는 이들의 심안을 키워나간다는 의지쯤으로 이해된다.

 

그래서인가, 일관된 작품의 주제는 ‘가장 멀리 있는 나’다. 어느 날 홀로 걷던 산길에서 보았던 푸른 색에 영감을 얻어 주된 색감은 푸르다.

 

나를 멀리 던져놓고 관(觀)해야 ‘참나(眞我)를 찾거나 나를 잊거나(無我)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수 있겠다는 가혹한(?) 결기다. 주제는 소설가 윤후명의 소설 제목에서 차입했다. 하지만 문자를 넘어 ‘불립(不立) 또는 새로운 공간인 우주’를 창조하겠다는 작가 혼이 실려 한층 차원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이런 고백은 여전히 유효하고 울림을 지닌다.

“안에 있을 여러 가지 나의 모습 중에서 가장 감추어지고 알려지지 않은, 나조차 깨닫지 못했던 자아의 비밀스러운 모습이 저의 주제입니다.”

 

있거나, 없을, 나를 찾아가는 과정.

그 구도의 길을 반 백 년 동안 걷고 있는, 또 걸어가야 하는 그의 뒷모습에서 구도자의 고독한 그림자를 보았다면 착각일까. 흡사 낙산사 홍련암에서 노보살이 보았다던 파랑새처럼.

 

그림이라는 블랙홀에 발을 디딘 그는 참나를 찾을 것인가, 무아의 경지에 이를 것인가, 몹시도 궁금한 2023년 봄이다. 용인에 미칠 나비 효과는 물론 덤이다.

 

한국화가 이보름은 이화여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경기대와 이화여대 강사, 중앙대 강의전담교수를 역임했다. 용인미협과 마북동 사람들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경기신문 = 최정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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