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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가?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당선이 유력시되는 종로를 마다하고 지역주의에 도전하겠다며 부산에 출마했던 노무현 후보가 낙선 후 한 말이다. 정녕 농부는 밭을 탓해서는 안 되는가? 농부가 밭을 탓하지 않으려면 우선 농사짓기 좋은 땅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지리적 조건과 기후에 맞는 작물을 심어야 한다. 노무현이 말한 밭은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의 집단이다. 표밭이라고 하지 않은가.

 

민주주의가 올바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이성적이고 현명해야 한다. 국민이 1류인데 정치가 3류일 수는 없다.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정치인은 밭을 탓하지 않지만, 국민은 주인답게 이성적으로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자면 표밭의 주체들은 올바른 선택을 위해 나라 일에 두루 관심을 갖고 공부하며 자신을 연마해야 한다.

 

인간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리 이성적이지 않다. 감정이 이성을 압도한다. 인간은 제한적으로만 이성적인 감정의 동물이다. 과학이 증명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경험적으로 살펴보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옛 성현들이 부단히 학문에 정진하며 수련하라 했던 것이다. 지역주의에 도전한 노무현 후보를 낙선시킨 것은 바로 지역감정이었다. 이성적 선택이 아닌 것이다.

 

고정관념에 따라 주먹구구식 판단을 하는 인지적 편향이 인간의 뇌를 지배하고 있다. 이것을 시스템 오류라고 하는데, 인류가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을 엄혹한 환경에서 생존해오면서 익숙해진 직관적 판단이 자연선택에 의해 행동지침으로 뇌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기자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편파적인 보도가 일상이 되고, 그것이 다시 대다수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 정치인은 그 표밭을 정상화 하는 대신에 정치적 생존을 위해 적응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대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배상 책임을 면해주었다. 그에 부응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바뀐 것도 아니다. 무지하고 비이성적인 독단이다. 그러나 대통령 탓할 것도 없다. 유권자인 국민의 선택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향타를 상실하고 표류하는 민주당도 실은 이성이 작동하는 대신 감정이 지배하고 있는 중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의견에는 의견으로 맞서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려고 노력하는 게 민주주의다.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이성적으로 비방하고 제 철도 아닌 수박 타령이나 하고 있지 않은가. 20대를 전후로 한 시기에 형성된 세계관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차단한 상태로 세월을 보내면 보수화된다. 책을 읽는 대신에 유튜브에 의존해온 MZ 세대의 보수화도 예측 가능한 현실이다. 너무 일찍 심도 있는 이성적 사유를 중단한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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