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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억에서 풍화되지 않기를”…세월호참사 9주기 4월 연극제 ‘연속,극’

연극·뮤지컬·마당극 등 10편, 27회 상연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연속,극’ 신작 초연
앵콜 작품 ‘앤ANNE’ 선정…지난해 이어 재공연
4월 1일~5월 7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오는 4월 16일이면 세월호참사 9주기가 돌아온다. ‘끝까지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연극 작품들이 4월 한 달 간 안산을 노란 물결로 이끌 예정이다.

 

4·16재단은 세월호참사 9주기를 맞아 ‘4월 연극제 - 연속,극’을 개최한다.

 

4월 1일부터 5월 7일까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 극장과 보노마루 소극장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연극제는 지난해보다 규모를 확대해 연극, 뮤지컬, 마당극 등 10개 작품이 총 27회 무대에 오른다.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은 “기억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옅어지게 된다. 우리는 세월호참사를 기억의 풍화작용에 맡겨둘 수 없다”며 “세월호참사 이후는 그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우리의 약속이 거짓이 아니었다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전했다.

 

세월호참사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더라도 은유로, 상징으로 참사를 말하며 관객에 위로와 공감을 전할 10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엄마와 아이들의 애틋한 마음들

 

먼저, 이번 연극제 이름과 같은 ‘연속,극’은 세월호 가족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다섯 번째 작품이자 신작 초연이다.

 

노란리본은 ‘기억여행’을 통해 지난 9년간 세월호 가족들이 걸어온 여정을 이야기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추상적 이야기가 아닌 보다 구체적으로 아이들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극단 노란리본 7명의 엄마, 아이들의 이야기로 만든 7개 에피소드를 연속으로 보여 주면서 애틋하고 흥미로운 사연들을 꺼내 본다.

 

‘ANIMA’는 SF 장르의 극으로, 한 엄마가 AI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딸의 기억을 떠올리고 엄마에게 필요했던 공감과 위로를 얻는 내용이다.

 

K박사가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 아니마. K박사의 갑자기 죽고, K박사의 유언에 따라 프로그램에 J가 접속한다. J가 아니마를 만난 것은 단 하루뿐이지만 그의 뇌리에 박힌 아니마와의 시간은 거의 한 달에 가까운 시간. J는 자식처럼 아니마를 아끼고, 서로는 각자가 쓴 동화들을 주고받으며 서로가 가진 상처를 드러낸다.

 

 

4.16민주시민교육원의 한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된 ‘지우개TUBE’는 3년 전 불의의 사고로 언니를 잃은 보름의 이야기를 그린다.

 

엄마는 언니가 당한 사고의 진실규명을 위해 항상 바쁘다. 늘 혼자 먹는 저녁. 늘 혼자 있는 집. 하지만 보름이는 엄마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지우개TUBE’라는 앱을 접하게 되고 지우고 싶은 기억의 영상을 올리면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서도 그 기억이 지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혹시 언니의 기억이 조금 희미해진다면 엄마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보름이는 ‘지우개TUBE’를 실행한다.

 

◇슬픔을 웃음으로 풀어낸 작품들

 

‘세상친구’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비극적 과정에서 만나는 우정과 사랑을 담았다.

 

한 마을에서 죽마고우로 자란 만석과 천석. 만석은 천석을 체포해야 하는 위치임에도 자기 집 광속에 숨겨주며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으니 절대로 돌아오지 말라“라는 말과 함께 천석을 도망시켜준다.

 

그 후,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두 친구의 처지도 함께 바뀐다. 그때마다 서로를 숨겨주는 만석과 천석. 두 친구의 끝없는 숨김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대박 콘텐츠를 찾던 유튜버 왕코와 별성의 이야기를 그린 ‘고스트메모리’는 유쾌함으로 지나간 아픈 역사를 되짚는다.

 

경북 경산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둘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히치하이킹을 하는 세 명의 귀신들과 만난다. 귀신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유튜버들의 앞에 그들이 겪었던 역사와 삶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우리나라 3대 괴담 지역인 경산 코발트 광산,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3500여 명이 학살당한 곳이다. 70여 년 전의 국가폭력을 소재로 삼았지만, 코믹극으로 만들어져 무거운 진실을 가볍게 접할 수 있다.

 

‘술래잡기’는 선감학원의 상처를 안은 인물들을 들여다본다.

 

선감학원의 기억을 짊어지고 평생을 살아온 덕만은 옛 친구의 장례식 조문을 위해 손녀딸 은지와 함께 선감도를 다시 찾는다. 초등학생 은지는 각자의 시대에 선감학원에서 희생된 세 소년들, 두식, 영대, 봉구와 만나게 되고 갯벌과 바다를 뛰어놀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은지의 할아버지 덕만은 긴 세월이 흘러 선감학원에서 잃어버린 친구와 재회하게 된다.

 

 

마당극 ‘가두극장 하차’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춤과 노래가 흥겹게 펼쳐진다. 절망적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건강한 웃음과 해학으로 손을 굳게 잡는 조선백성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시공간 이동을 통해 1930년으로 넘어간 오늘의 광대. 그는 공연 시작 전 ‘하차’ 작품 소개를 한다. 광대는 가수와 함께 노래공연을 하던 중 갑작스런 경관의 등장으로 공연이 무산되고 쫓겨난다. 공연관람을 하던 소년 하차꾼은 무거운 짐을 끌고 길을 떠난다.

 

◇일상에 건네는 위로들

 

마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다룬 ‘투명인간’은 힘없는 서민들이 마음을 합친 연대의 힘이 얼마나 따뜻하고 강한지를 보여 준다.

 

우리마트 월동지점. 새로운 지점장이 부임하면서 업무강도는 날로 높아간다. 진상고객들의 행태, 중간관리자들의 압박 등에 지친 아줌마들은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푼다. 어느 날, 아줌마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돈다. 장애인 직원 덕배가 폭행당했다는 소문. 진상을 찾아나가던 아줌마들은 노래방에서 대책회의에 나선다.

 

 

‘너를 부른다’는 2014년 4월 이후 매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종이로 만든 배’와 인권평화활동가들의 노래 모임 ‘몹쓸 밴드’가 함께 해오고 있는 창작 작품이다.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아픔을 비롯해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국가폭력, 차별, 편견, 재난 등 다양한 사연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작품으로, ‘상실과 죽음’을 넘어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과 가치’를 성찰한다.

 

지난해 4월연극제에 참여했던 ‘앤ANNE’은 올해 4월연극제 앵콜작품 선정에서 최다 득표를 차지해 다시 한 번 관객을 찾는다.

 

걸판여고 연극반이 공연할 작품 제목을 발표하는 날, 저마다 부푼 꿈을 갖고 발성연습에 매진 중이다. 연습실에 들여온 선생님은 100년도 넘은 소설인 ‘빨간 머리 앤’을 공연하자고 한다. 심지어 주인공 ‘앤’ 배역은 돌아가면서.

 

연극반 6명의 소녀는 연습을 시작한다. 선생님이 왜 ‘앤’을 택했는지, 누가 ‘앤’ 역할을

맡을지, 어떻게 ‘앤’은 100년이 넘도록 사랑받고 있는지 고민하면서. 과연 초록 지붕 집, 빨강 머리 주근깨 소녀 ‘앤’은 누가 될까.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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