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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제기의 역사…2023 경기도자박물관 기획전 ‘신양제기(新樣祭器): 하늘과 땅을 잇는 도자기’

‘제기’를 주제로 한 전시…고려시대부터 현대까지 ‘제사’의미 되돌아볼 수 있어
2022년 용인 서리요지에서 발견된 고려백자제기 외 100여 점 선봬

 

도량 담을 제기를 신속히 만드니/ 겉은 모가 지고 안은 둥글도다/ 궤는 실로 이것과 서로 반대이고/ 네 눈이 다시 툭 튀어나왔네/…/거칠고 흠집 있는 건 논할 것 없고/ 귀중한 것은 정결한 데에 있다오/ 도공은 비록 미천한 사람이지만/ 나를 도와 예의에 정성을 들이어/ 새긴 것들이 법도에 들어맞으니/ 애오라지 후세 현자를 기다리노라

 

성리학자 김종직(金宗直,1431~1492)이 조선 초 정립된 예제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도자제기를 노래한 시다. 제목은 ‘사기장 이륵산이 새로운 모양의 제기를 만들어 가지고 왔기에 시로 기록하다’다. 점필재집(佔畢齎集)’ 10권, 시에 기록돼 있다.

 

하늘과 땅을 잇는 ‘제기’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린다. 전시의 발단은 2022년 용인 서리요지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도자기다. 학자들은 요지에서 발견된 도자기를 조사했는데, 고려시대 국가 제사에 사용된 고려백자 제기라는 결과가 나온다.

 

광주시 경기도자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신양제기(新樣祭器): 하늘과 땅을 잇는 도자기’에서는 용인 서리요지에서 발견된 고려백자 제기를 비롯한 최근 고(故) 이건희 회장이 국립박물관에 기증한 명품도자 컬렉션, 국가 제사를 봉행한 가야진사 분청제기, 유네스코 도동서원의 금속제기 등 도자제기 89점을 볼 수 있다.

 

전시는 1부 ‘옛 것을 본 떠 바로 세우다’, 2부 ‘정제된 법식을 실천하다’, 3부 ‘새로운 시선, 제기의 재발견’으로 나뉜다.

 

1부 ‘옛 것을 본 떠 바로 세우다’에선 고려(918~1392)의 태조 왕건의 태묘에 사용한 청자 제기를 볼 수 있다. 고려 왕실은 태조 왕건이 죽자 그의 제사에 사용할 청자를 처음으로 만들고 국가제사 전반에 확대시켰다. 구리로 만든 옛 그릇인 고동기(古銅器)를 모방한 청자가 등장했다.

 

태조왕건의 태묘제기인 청자 ‘순화3년명’ 두와 청자 ‘순화4년명’ 호를 볼 수 있다. 청자 ‘순화3년명’ 두는 고려 992년에 만들어졌으며 원산리 가마터에서 발굴됐다. 청자 ‘순화4년명’ 호는 국보로 지정돼 있으며 도자기 밑 부분에 장인 최길회가 제작했다고 각인돼 있다.

 

최근 용인 서리가마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백자제기도 볼 수 있다. 용인 서리가마에서 백자 보, 백자 궤가 출토됐는데, 이는 북송 섭숭의의 ‘삼례도(三禮圖)’(962)에 나오는 외방내원의 보(簠), 내방외원의 궤(簋), 코끼리를 새긴 상준, 호준, 두 등 제기 모습과 비슷하다.

 

 

2부 ‘정제된 법식을 실천하다’에선 유교국가를 공표한 조선(1392~1910)의 제기를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엔 금속제기가 최우선되고 도자제기가 보완적으로 사용된다. 예와 법칙을 중요시한 조선시대 제기를 통해 국가의 유교적 실천과 도자기의 보편화 현상을 볼 수 있다.

 

1406년(태종 6)에 세워진 가야진사(伽倻津祠)는 물의 신인 용신(龍神)을 모시는 제당이다. 용은 농경사회에서 강우의 신으로 숭배됐는데,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국가의 중사(中祀)인 사독제사(四瀆祭祀)가 봉행됐다. 가야진사의 제기고(祭器庫)에서 분청사기 보, 궤, 상준, 희준, 두 등이 발굴됐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동서원 금속제기도 볼 수 있다. 도동서원은 조선의 성리학자 동방오현(東方五賢)을 대표하는 김굉필(1454~1504)을 향사하는 서원으로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훼철되지 않은 47개 서원 중 하나다. 김굉필의 묘제, 봄가을 향사로 이뤄진 동서원의 제향의례에서 사용된 고두밥을 담은 보·궤와 변·두 등을 볼 수 있다.

 

3부 ‘새로운 시선, 제기의 재발견’에서는 철 보급이 늘어 금속제기가 사용됨에 따라 도자제기는 모티브를 통한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게됐다. 과거 무거웠던 제례의식에서 벗어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예술작품인 도자기를 살펴본다.

 

고종(1863~1907)의 대한제국(1897~1910)에서는 고증학(考證學)의 유행과 함게 고동제기에 대한 관심이 확대됐다. 고동제기는 실내를 장식하는 병풍으로 제작됐으며, 문호개방과 함께 공예품으로 변모해 황실의 외교선물이나 관광기념품으로 재생산됐다. 청동상감 경회루문 화병, 청자음각 국화문 향로 등을 볼 수 있다.

 

해방 이후 한국미술계는 전쟁의 휴유증을 극복하고 서구미술을 소화해 정체성을 재정립하고자 했다. 도예가들은 전통도자의 가치와 미감을 부단히 탐구하고, 해체와 응용을 반복하는 실험을했다. 특히 김익영 작가는 백자제기를 모티브로한 ‘순백제기’ 등을 만들며 전통도자의 현대화를 꾀했다.

 

전통도자들과 제기들 외에도 조선시대 종묘제례에서 쓰였던 제기들의 모양과 사용 방법들을 담은 체험영상과 현대 제사와 상차림을 소개하는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도자제기가 만들어진 고려시대부터 간소화된 현대의 제사까지 그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다.

 

‘신양제기(新樣祭器): 하늘과 땅을 잇는 도자기’ 전은 17일부터 11월 12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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