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기후로 인한 대참사는 매년 있는 재앙이 되었다. 지난 6월 남유럽의 뜨거운 태양은 여러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다. 스페인의 세비야는 43도까지 올라갔고 안달루시아는 그보다 더 한 46도까지 치솟았다. 이곳의 주민과 관광객들은 극심한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부채나 모자를 써야만 하였다. 이 불볕더위는 스페인에서 최근 3년간 계속되고 있다. 포르투갈 역시 리스본의 최고 기온이 40여도를 육박하였다.
이러한 폭염은 육지만의 현상이 아니다. 바다에서도 수온계가 상승하고 있다. 한반도와 발레아레스 제도의 해수는 기록적인 수치인 26도를 넘어섰고, 지중해의 다른 지역에서도 28도의 표면 온도가 측정되었다. 해안의 바닷바람이 덜 상쾌해져 폭염을 더 견디기 힘든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반복되는 폭염은 지구 온난화의 명백한 지표로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나고, 길어지고, 심해질 전망이다. 유엔의 기후 전문가 그룹 역시 1950년 이후 폭염의 빈도와 강도, 폭염 기간이 증가했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다.
기후 이변은 폭염만이 아니다. 7월 들어 지구촌이 홍수로 난리다. 얼마 전 미국 남부에 내린 집중 호우는 텍사스를 황폐화시켰고 1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홍수는 미국에서 ‘100년 동안 보지 못한 재앙’이라고 한다. 한국도 올해 홍수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는 필리핀, 호주에서도 마찬가지다. 홍수는 가장 광범위한 자연재해로 기후 변화, 급속한 인구 증가, 경제 활동의 결과로 나타난다.
자연 재해로 인한 피해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인간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동물도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국제 동물보호단체(CIWF)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500만 마리의 가금류와 소, 돼지, 그리고 어류가 사망하였다.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는 홍수로 120만 마리의 가금류, 14,000마리의 소와 돼지가 각각 사망하였다. 같은 해 베트남에서는 태풍으로 575만 마리의 가금류와 5만여 마리의 소, 그리고 수천 마리의 돼지가 폐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도 이번 홍수로 오리와 닭, 돼지 등 수십만 마리가 폐사된 상태다.
자연재해가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국제 동물복지기금(IFAW)은 공공 정책의 변화를 촉구한다. 동물의 운명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위험하기 때문이다. 동물 사체로 인해 식수가 오염될 경우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 또한 피난처를 찾는 동물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들어와 인간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하지만 구조 계획에 동물을 체계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을 명시한 법률은 그다지 없다. 긴급 상황 발생 시 누가 이 특정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명확하지가 않은 것이다.
다행히 프랑스에서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재난 발생 시 소방 및 구조 서비스 부서의 임무에 동물 구조가 포함되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재해 시 소방대가 동물을 돌보는 것이다. 인간 다음으로 동물을 소중히 다룬다는 발상이다. 이는 동물을 물질적 재화가 아닌 지각 있는 존재로 간주하는 논리적 결과이다. 동물의 지위가 바뀌면 사고방식도 바뀌고, 이를 고려해야 하는 법도 바뀌게 된다. 우리도 이런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 ‘재해구호법’에 동물을 포함시킬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