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대형마트 절반 이상이 화재가 나면 사실상 대피가 불가능한 구조로 드러났다. 비상구는 잠겨 있고 소화기는 물건에 가려 있었으며, 하역장은 불길이 번질 ‘통로’로 방치돼 있었다.
“불이 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유통 현장은 아무 대답도 내놓지 못했다.
6일 경기신문이 수원·용인·시흥·안양 등 도내 14개 지역 대형마트 45곳을 점검한 결과, 무려 31곳에서 화재안전 기준 미달 사례가 적발됐다.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 수치다.
조사 결과 ▲소화기 가려짐 12건 ▲소화전·비상구 표시 오류 6건 ▲비상구 잠김 3건 ▲방화셔터 라인 및 소화전 앞 물건 적치 9건 등이 확인됐다. ‘비상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점포에서 통로가 막혀 있었다.
수원 롯데마트 천천점은 소화기가 가판대에 가려 있었고, 권선점 하역장은 소화전 앞에 파레트와 우산 더미가 쌓여 있었다. 이마트 서수원점은 피난안내도와 실제 소화기 위치가 달랐으며,
광교점 옥상 주차장에는 표시만 있고 실물은 없었다.
고양 롯데마트 고양점은 비상구가 잠겨 있었고, 시흥배곧·오산·흥덕·수지·안양 등 여러 매장에서 하역장과 방화셔터 라인에 박스와 쓰레기, 철제 구조물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불이 나면 초기 진화는커녕 대피조차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현장을 취재한 기자는 “하역장마다 팔레트와 박스가 가득해 비상구를 찾을 수 없었다”며 “소화기를 찾으러 갔지만 대부분 카트나 물건에 가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 전문가들은 “점검일 하루 전만 비워두는 ‘보여주기 점검’이 관행처럼 굳어 있다”며 “화재가 나면 구조적 대피가 가능한지부터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 3일 양주 식자재마트 화재가 천장 내부 전기설비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불이 어디서 날지 모른다”는 기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다. 불길이 번지면 하역장은 곧 연소 통로가 되고, 적치된 물건은 그 불길에 기름을 붓는다.
현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눈가리고 아웅하듯이 대강 치우고 ‘이상 없음’ 도장 찍는 점검 관행이 계속되는 한, 다음 화재의 무대는 또 다른 마트가 될 것이고 끔찍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 경기신문 = 박진석·장진·안규용 기자·방승민 수습기자·황민 인턴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