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여 세대의 주거지 중심에 있는 저 암반을 무작정 발파한다고 합니다.”
인천 검단신도시 2단계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2-2공구)가 한창인 서구 불로동 일대가 시끄럽다.
검단신도시 경계 끝자락인 이곳(불로동 산74 일원)에는 최대 폭 150m, 높이 26.5m에 달하는 암반이 있다.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택지조성을 위해 암반 약 20만㎥를 발파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 거대한 암반이 주거지역 중심지에 있다는 점이다.
암반의 동쪽에는 검단대광로제비앙센트럴포레(556세대), 서쪽으로는 삼보해피하임1·2단지(866세대), 북쪽은 금호어울림아파트(412세대)와 다가구·다세대주택(800세대) 등 모두 2600여 세대가 암반을 둘러싸고 있다.
LH가 발파를 하겠다는 암반 중심부로부터 주거지까지 거리는 고작 80m, 공사 현장과는 30m가 채 안 된다.
LH는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올해 4월 1까지 모두 네 차례의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대부분 주민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파행으로 끝났다.
주민들은 발파 대신 무진동 공법을 통해 암반을 파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LH는 공사기간이 기존 계획(9개월)보다 5배 이상 소요되고 소음이 크게 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LH는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지난 4월 11일 시험발파를 진행했다.
시험발파 당일 수도권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비바람이 거셌다. 누적강수량은 1.5㎜였지만 짧고 요란했다.
고용노동부의 ‘발파 표준안전 작업지침’에 따르면 우천·낙뢰 등 누설전류로 폭발 위험이 높은 장소에서 발파를 할 때는 비전기뇌관 또는 전자뇌관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시험발파에는 전기적 위험성이 높은 전기뇌관이 쓰여 안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또 당초 LH가 주민들에게 알린 시험발파 계측기와 다른 제품이 당일 현장에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발파에 따른 진동 측정 센서도 진원의 방향과 맞지 않게 설치됐으며 고정상태도 불량했다.
이같은 주민들과 전문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LH는 시험발파를 강행해 소음과 진동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후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지난달 22일 국민권익위원회가 1차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그제야 LH는 본발파를 위한 향후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박권수 삼보해피하임1·2단지 환경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LH와 쌍용건설은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채 통보와 강요로 시험발파를 진행했다”며 “인근 주거지 모두 암반 지대로 연결돼 지하주차장도 없다. 무리한 발파를 진행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험발파에 참관한 하홍순 전 국무조정실 부패척결단 과장은 “시험발파의 결과값으로 주변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미리 대책을 마련하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결과 보고서의 계측 센서 위치와 실제 위치의 오차가 크고, 고정방법 등이 국제발파기술자협회(ISEE)의 지침이나 국토부의 규정에도 맞지 않는 문제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LH 관계자는 “주민 이의 제기에 따라 시험발파 결과를 폐기하고 국민권익위 조사·협의와 주민 대화 등을 통해 재시행하기로 했다”며 “계측기 변경을 주민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점은 발주처와 시공사의 과실이다. 다만 계측 센서 설치 과정의 축방향 오류 등은 현장에서 약 1시간여에 걸쳐 수정 후 시험발파를 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