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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 세계사] ‘끔찍하고 아름다운 소리 2 – ’아브라모비치가 부른 옛노래’

 

피묻은 1500개 소뼈 더미 위에 흰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앉아있다. 소뼈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닦고 있는 그녀의 입에서 끊임없이 유고슬라비아의 민요가 흘러나온다. 흰 드레스의 여인은 세르비아의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이고 이 작품은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장을 거머쥔, ‘발칸 바로크(Balkan Baroque)’. 4일간 이뤄진 이 퍼포먼스는 90년대 발칸반도의 보스니아 내전 학살을 고발하는 행위였다. 그 충격적 퍼포먼스와 함께 기억에 남은 그녀의 인터뷰.

“내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을 때 ‘세르비아인’이라고 말하지 않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왔다고 말합니다”

 

세르비아인이면서 세르비아인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단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는 어디일까. 소뼈를 닦으며 부른 노래를 주목한다. 유고슬라비아 민요. 지구상에서 사라진 나라 유고슬라비아.

 

백년도 못 채우고 사라진 유고슬라비아의 흥망사는 발칸반도 비극의 상징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만 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되면서 신생국가들이 생겨난다. 발칸반도에서는 세르비아가 주도권을 잡아 이웃나라들을 흡수, 연합국을 세우는데 그 이름이 ‘유고슬라비아 왕국’이었다. 이 신생 왕국은 독일 나치가 일으킨 2차 대전으로 공중분해된다. 당연지사, 유고슬라비아 왕국의 백성들은 나라를 되찾겠다고 파르티잔이 되어 맹렬히 싸우는데, 대표적인 수장은 세르비아 출신의 ‘요시모토 티토’였다.

 

결국 소련의 도움을 받아 나치를 몰아낸 티토는 ‘유고슬라비아 인민 연방 공화국’의 대통령이 된다. 티토는 공산주의자였지만 소련의 위성국가가 되기를 거부하고 서방과 외교 길을 트는 등 중립노선을 견지, 유고슬라비아를 동유럽의 강국으로 만든다. 문제는 1980년 티토의 사후에 벌어진다. 1984년, 대통령이 된 슬로보단 밀로세비치는 공화국들의 독립 움직임을 무력으로 진압하며 내전의 불씨를 만든다. 1989년, 동유럽의 공산정권의 붕괴는 불에 기름 부은 격이 되었다. 1990년대,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등의 줄이은 연방 탈퇴와 독립 선언, 이를 막으려는 (세르비아가 주도한) 유고슬라비아 정부의 군대 투입으로 인한 내전으로 발칸반도는 살육의 땅이 된다. 슬로베니아 내전, 크로아티아 내전, 보스니아 내전(3년 8개월에 걸친 내전으로 30만 명이 학살되고 220만 명의 난민이 발생), 코소보 자치주 내전(8600명 사망, 100만 명의 난민 발생)등.

 

‘발칸의 화약고’라는 말이 나온 것이 이해된다. 결국 내전 끝에 공화국들은 줄줄이 독립해 나가고 세르비아는 하나 남은 몬테네그로와 신유고연방을 만들지만 2006년, 몬테네그로마저 독립해버린다. ‘유고슬라비아’라는 나라 거대한 나라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현대 발칸반도는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불가리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알바니아, 그리스등 9개 국가를 품고 있다, 라고 끝내는 순간, 예상되는 질문이 있다.

 

“코소보 공화국은 왜 빠진 거요?” 코소보 문제는 현재 발칸을 화약고로 만드는 가장 큰 불씨다. 코소보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발칸의 미래를 말할 수 없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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