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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고성(孤聲)]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는 2018년에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치크와 대니얼 지블랫 두 명이 쓴 책이다. 이들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점차 무너지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목격하면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

 

극우적 발언을 일삼던 트럼프는 기존의 미국 사회 질서와 좌충우돌 갈등을 유발하고 대립을 극대화했다. 정치적 반대파를 적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때는 적폐로 몰아 경제적 불평등으로 불만이 가득했던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를 사회의 전면으로 이끌었다. 헌법이 공인한 국민의 기본 권리를 부정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 기본인 상호 존중, 관용의 정신은 실종되고 혐오가 극을 이루는 트럼프의 미국은 분명 세계 최초로 민주주의가 실현된 국가가 아니었다. 저자들은 21세기의 민주주의는 결코 파시즘이나 공산주의의 공격 또는 군부통치 같은 노골적인 폭력으로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지도자의 손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사회에서 이런 후보가 등장하게 된 것은 정당이 민주주의의 문지기로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당은 사전에 반민주적이거나 잠재적 독재 성향의 후보를 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오히려 이들의 막말에 선동된 대중적 인기와 타협해 권력장악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았지만, 정당은 지도자에 의해 소외되는 토사구팽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권력을 잡은 지도자는 경쟁자를 타협과 화해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언론자유를 억압하며, 민주주의의 제도적 완충장치를 해 주는 기구들을 무력화시켜 버린다.

 

일테면 정치적 중립 기구인 사법부, 검찰, 감사원, 선거관리위원회, 방송 관련 기구 등의 역할을 붕괴시켜서 기능 상실케 하고 이를 비판해야 할 언론과 민간영역에는 달콤한 이권으로 유혹해 매수함으로써 민주주의는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면 거짓말쟁이, 가짜 뉴스의 창발자로 몰린다. 즉, 독재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순간 사회의 비상벨이 작동하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책은 트럼프의 미국과 비민주적인 국가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자꾸만 우리 사회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발생한 폭우 피해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작년 10.29 참사에도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책임지는 공직자가 아무도 없었다. 헌법재판소처럼 민주주의의 완충 역할을 해야 할 기구들은 물론 방통위, 보훈부, 교육계까지 기능 상실 직전이다. 모두 한국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이 되어 주어야 할 기구들이건만 기대할 수 있을까. 야당 지도자를 한 번도 만나지 않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도 부인하고, 고속도로가 대통령 처가 땅 근처로 뚫려도, 언론자유의 말살자가 방통위 위원장이 되어도 과연 우리 사회의 비상벨은 작동하는 것인가? 저자들은 결론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그래도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미국 시민의 손에 달려있다.… 민주주의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시스템이므로 그 운명은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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