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7 (수)

  • 흐림동두천 ℃
  • 흐림강릉 30.0℃
  • 서울 26.2℃
  • 흐림대전 29.2℃
  • 흐림대구 31.6℃
  • 구름많음울산 29.0℃
  • 흐림광주 27.7℃
  • 흐림부산 26.7℃
  • 흐림고창 29.2℃
  • 흐림제주 33.1℃
  • 흐림강화 24.2℃
  • 흐림보은 28.6℃
  • 구름많음금산 29.3℃
  • 흐림강진군 29.3℃
  • 구름많음경주시 30.6℃
  • 구름많음거제 26.3℃
기상청 제공

[사설] 극한 대립을 뛰어넘어 통합의 정치로 가자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만들어야

  • 등록 2023.08.18 06:00:00
  • 13면

대통령의 언어는 사상과 철학의 표현이며, 그 나라의 국격을 나타낸다. 윤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공산주의,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한다"고 주장했다. 말문이 막힌다. 국가지도자의 말이 왜 이렇게 거칠고 나쁜 수사로 점철되는지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냉전적 사고에 기반한 시대착오적 발언이다. 대화와 타협, 협치는 실종됐고 정권비판 세력은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라는 틀짓기로 폄하됐다. 우리는 또다시 민주주의 위기를 체감한다.

 

언론, 야당, 시민단체,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부적절한 메시지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대표는 “도대체 대통령실에서 누가 메시지를 쓰고 있느냐. 그 사람 좀 잘라라”(YTN), 천하람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면 다 무슨 반국가 세력이고 공산전체주의 세력이고 야당이랑 친한 사람들은 그럼 다 무슨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냐"(CBS)라고 일갈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소셜 미디어는 고정된 정체성을 만들어내며 확산시킨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끼리 대립으로 새로운 양극화 현상이 발생한다. 같은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들 끼리 거대한 담벼락을 쌓음으로써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는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독선적 사고에 갇히게 된다. 휴대폰으로 쉽게 전파되어 자기 진영 담벼락 안에서 교환되는 프로파간다성 학습은 신념화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타도 대상이 된다. 정치담론이 극단적 성향의 유튜브 수준이라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나친 ‘동조 압력’으로 타자와 소통에 어려움이 생기며, 토론과 이성의 입지는 위축된다.

 

어떻게 할 것인가? 1976년 독일에서 진행된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역사상 가장 잔인한 히틀러 나치정권을 탄생시킨 독일은 자신들의 과거를 깊이 반성하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치·시민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각계 인사들이 보이텔스바흐에 모여 오랜 토론 끝에 시민·정치교육에 있어 반드시 준수해야 할 3가지 원칙을 정립했다. 강제성 금지, 논쟁성 유지,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 등이 골자다. 이 협약은 민주시민교육의 ‘교본’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가 이 협약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논쟁을 하되 반드시 상반되는 관점을 다 소개한다는 ‘논쟁성 유지의 원칙’이다. 독일은 이 협약에 따라 교육의 주체가 학교든 정치집단이든 시민단체든 반드시 현안의 논쟁이 되는 양면을 충실하게 소개하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정착시켜 균형 잡힌 국민들을 키워내는 사회에서 어느 한쪽만의 입장만을 소개하는 집단은 여론의 외면을 받게 된다.

 

나만 옳다는 생각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정부 여당과 집권세력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담론은 존중받아야 한다. 특정세력이나 일부 집단의 ‘선택적 정의’가 국민 머릿속에 이식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치열한 토론과 숙의로 국민의사가 집약되도록 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의 실현이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