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나와 있습니다. 언론, 스핀 닥터는 무엇인가? 스핀 닥터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국회에서 열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언론 장악 논란 관련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이 후보자는 문제없다는 식으로 답을 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대변인 혹은 홍보수석 시절 정부에 우호적 보도가 나도록 노력한 것이 당시 홍보를 맡은 조직의 기본 직무였다는 취지로 답했다. 대변인 시절 작성한 ‘VIP 전화 격려 필요 대상 언론인’ 보고서를 작성한 경위에 대한 추궁에서도 마찬가지로 답변했다. 스핀 닥터의 일을 한 것일 뿐 딱히 특별할 것 없다는 식의 대답이었다.
‘스핀 닥터’란 무엇인가? 한국말로 공보비서관, 정치홍보 전문가, 정치활동 고문으로 부르는 역할을 지칭한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언론기술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 입장이나 국민에게 알려야 할 정책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대변인의 차원으로 이 후보자는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 야당의 추궁은 그뿐이 아니었다.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일종의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함을 포함했다. 여기서 일종의 전문성이란 의도한 대로 분위기를 조작하거나 조성하는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언론 통제, 언론 장악의 시작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에 다다른다.
어떤 의도에서 말했고 그 범위가 어떠하든지 간에 스핀이라는 단어 자체만 봐도 부정적 느낌의 비중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자리에 서서 몸을 회전시킨다는 의미인데 조작해서 방향을 바꾼다는 표현은 사실이나 정보를 널리 ‘알리는’ 업무를 한다기보다는 특정 목적을 위해 여론을 의도하는 쪽으로 ‘유도하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뉴스타파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지휘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찾아 공개한 바 있다. ‘이동관 언론 장악 개입 입증 공공기록물’이 그것이다. 이 후보자가 수장으로 있던 청와대 대변인실과 홍보수석실에서 생산하거나 요청해서 만든 문건이다. 문건에 따르면 언론 모니터를 강화했고,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찾아냈고, 정권에 문제적 보도를 자주 내는 언론인을 축출하는 방안을 제시받고, 좌파 인물들을 고정 출연시켰던 언론에 대해 감시를 늘리거나 단계적 압박을 높이라는 대응을 내렸다.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스스로 스핀 닥터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했음을 강조하고 이러한 수행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에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이 후보자는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소감으로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의 복원, 자유롭고 소통이 잘 이뤄지는 정보 유통 환경,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언급했다. 여기서 말한 공정과 자유, 가짜뉴스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가 혹은 어디를 향할 것인가에 의문이 든다. 필자 혼자만의 우려는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