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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족 집단 사망 빈발…‘생명 경시’ 풍조 철저히 차단해야

‘동반자살’ 아닌 ‘가족 살해’, 전근대적 가부장 인식 타파 절실

  • 등록 2023.09.26 06:00:00
  • 13면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일가족 사망 사건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략 경제난이나 또 다른 이유로 난관에 봉착한 가장이 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혹한 범죄 형태다. 극단 선택이라는 어리석은 결심도 비난받아 마땅할 일인데, 어쩌자고 무고한 처자식까지 살해할 모진 마음을 먹는지 한탄스럽다. 전근대적인 가부장 인식이 아직도 온존한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잔인한 ‘생명 경시’ 풍조는 강력히 차단돼야 한다. 


최근 송파구·김포, 대전 유성구, 전남 영암군에서 잇따라 발생한 일가족 사망 사건들은 그 정황만으로도 충격이다. 주로 발생해오던 빈곤에다가 가장의 일탈 사유까지 겹치는 범행 동기의 복잡성까지 개재되고 있어서 착잡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경기 김포의 한 호텔에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질식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사망한 아이의 어머니인 40대 여성은 송파구 잠실동 친정집이 있는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이어서 송파구의 한 빌라에서 여성의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가 동시에 숨진 채 발견됐다. 추락사한 여성이 시가와 친정 등에서 수억 원의 빚을 지고 괴로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남편과 시어머니·시누이도 뒤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며칠 전에는 대전 유성구의 한 다세대주택 집 안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50대 아버지가 부인과 20대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달 중순 전남 영암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망 사건은 조금 다르다. 50대 가장 김 씨가 아내와 장애인인 두 아들 등 셋을 흉기로 살해하고 자신도 농약을 음독하여 극단적 선택을 한 비극이다. 김 씨는 이달 초 인근 마을에 사는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앞둔 상황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자살을 결심한 부모나 보호자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아동은 모두 56명으로 나타났다. 자살을 앞둔 부모가 자녀들을 살해하는 행위는 지극히 야만적이다. 가족에 대해 여전히 잔존하는 후진적 ‘소유의식’의 발로라면 이는 더더욱 천인공노할 범죄다.


일가족 사망 사건은 대개 부모 중 한 명이 자녀들을 먼저 살해하고 마지막에 자신도 목숨을 끊는 비극이다. 그런데 사건을 다루는 일부 언론을 비롯해 호사가들이 ‘동반자살’이라는 잘못된 표현을 마구 사용하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가장에 의해 저질러지는 ‘자녀 살해’는 야생의 짐승들도 좀처럼 저지르지 않는 잔혹한 죄악이다. 


현행 형법 제250조 2항은 부모(직계존속)를 살해한 경우 법정 최저형을 7년으로 두어 가중처벌하고 있다. 그 대상을 자녀(직계비속)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은 백번 옳다. 대부분의 가족 살해 사건에서 범인은 아이의 미래를 걱정해 살해하겠다는 발상을 드러내는데, 시대착오적인 가족주의적 망상일 따름이다. 그 아이들이 도대체 무슨 죄로 죽어야 하나. 위기의 가정이 붕괴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이 촘촘하게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가족 살해 후 자살’이라는 처절한 비극이 모두 사라진 선진복지사회가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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