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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기도에 또 전세 사기 시한폭탄…안 막나, 못 막나 

전수조사 등 예방대책 ‘전무’, 제도적 안전장치 ‘소홀’

  • 등록 2023.10.11 06:00:00
  • 13면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경기도 지역의 전세 사기 시한폭탄이 또다시 작동을 시작한 낌새다. 연초에 불거진 화성 동탄 사건에 이어 최근 수원에서도 피해 고소장이 잇따라 접수되는 등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이 폭발 직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피해자 대책에만 몰두할 뿐 제도적 안전장치 등 예방책 마련을 등한시한 처참한 결과물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한 실효적인 예방대책에 역량을 쏟아부을 때다. 


최근 경기남부경찰청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전세 사기 관련 고소장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현재까지 53명으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됐고, 피해 금액도 70여억 원에 이른다. 고소인들은 대부분 임대인에게 1억 원 대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나 임대인이 잠적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 사기 의혹 사건의 임대인이 소유한 부동산 임대업 관련 법인은 총 16곳이어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드러난 화성 동탄 오피스텔 전세 사기 사건의 피해 규모는 214억 원,  피해자는 16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속된 피의자들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백 채의 화성 동탄 지역 오피스텔을 매수한 뒤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들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전세 사기로 거리에 내몰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전세 사기 특별법’ 시행과 ‘전세 사기 피해자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추가 전세 사기 범행은 막지 못하고 있다. ‘후속 조치’에 머물렀을 따름 전세 사기 범죄를 막기 위한 예방 조치에는 소홀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전국 전세 주택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역전세, 깡통전세 등 전세금을 떼일 위험이 높은 잠재적 전세 사기 발생 주택을 선별해 정보를 전세 시장에서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 정보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전세 사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에 관한 권리관계가 공시된 유일한 공적 장부인 등기부등본도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하루빨리 보완해야 한다. 현행 등기부로는 임대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고, 등기의 공신력도 인정되지 않아 사전에 사기 여부를 인지하기 어렵다.


임차인의 대항력은 주택점유 및 전입신고를 모두 마친 날 자정부터 발생하는 반면, 근저당권 설정등기는 당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도 전세 사기 일당이 악용하는 틈새다. 등기부등본에 전세권 설정 등기를 의무화해 거래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지 않는 한 피해를 줄일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세 사기는 서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삶을 파괴하는 경제적 살인 행위다. 엄밀하게 말하면 피해자들은 교묘한 사기 범죄가 가능하도록 허술하게 운영되는 국가의 부실한 법·규정 시스템의 희생자일 따름이다. 선량한 국민이 일생 쌓은 재산을 하루아침에 앗기고 길거리로 내몰려 울부짖는 참상은 막아야 한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그런 일을 제대로 해야만 비로소 존재의 의미가 있다. 이젠 제발 더 이상 참담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할 대책을 온전히 세워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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