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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뉴스 생활] 더 파괴적인 미디어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마스의 기습공격과 인질 납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알아흘리 병원 폭발까지 모두 무고한 주민의 희생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가자지구 내에 있던 알아흘리 병원은 민간인과 환자의 치료에 전력을 다하던 의료시설이었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을 키웠다. 예고 없던 폭발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전쟁 상황이라지만 너무하다는 의미다. 학살, 전쟁 범죄, 국제법 위반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전쟁법이라고도 불리는 국제인도법은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병원을 공격할 수는 있지만 이곳이 전투원을 숨기거나 진지 역할을 한다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경우여야 한다는 식이다. ‘잔인한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모두 병원 참사의 배후로 서로를 지목하고 있다. 배후와 경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오폭설을 제기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하나인 이슬람 지하드를 지목하면서 병원 남서부에서 발사된 로켓의 궤도를 추적한 영상을 공개했다. 반대로 아랍 언론은 이전에도 이스라엘이 잔혹 행위를 저지르고도 강력하게 부인했다면서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는 확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전쟁과 관련한 허위정보가 넘쳐난다. 전 트위터인 엑스(X)가 허위정보를 전파하는 플랫폼이라고 지목되자, 엑스는 문제가 있는 계정을 삭제하고 관련한 콘텐츠를 따로 분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챗지피티와 같은 인공지능 챗봇인 바드와 빙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이미 휴전중이라는 잘못된 답을 내더라는 후기가 알려졌다.

 

두 진영에 대한 지지 혹은 반대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충돌하고 격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유대교 회당과 탁아소에 화염병이 날아들었다. 미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소년이 이슬람 혐오 범죄로 희생당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혐오 범죄를 촉발하는 집단 간 갈등과 긴장이 고조될 것은 자명하다.

 

민간인을 향한 잔혹 범죄를 두고 양측의 책임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국 언론이나 SNS를 이용한 정보전 역시 파괴적이다. 서로 상대방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인할 수 있거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일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언제나처럼 바로잡는 속도보다 허위정보가 퍼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위험하고 참혹한 전쟁 속에서 언론이 도구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없지야 않겠지만 반대로 평화적 해결과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언론이 제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바가 작지 않다. 사회적 혼란이 커질수록 언론의 적극적인 의혹 제기와 검증 기사의 중요성이 커진다. 정부 기관이 직접 심의하고 규제하는 조치가 언론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일지 의문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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