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가지 않고도 특색 있는 각국의 음식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곳들이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 관내에도 이런 곳들이 있다. 안산의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음식거리, 인천 중구 선린동과 북성동 일대에 있는 차이나 타운, 연수구 연수동의 함박마을이 대표적이다. 수원역 매산동과 고등동 일명 수원역 차이나타운이라 불리는 음식거리도 오래 전부터 중국인들이 모여들어 음식거리를 이루었다.
이 가운데 인천 연수1동 마리 어린이공원 주변 주택가는 러시아타운이 형성됐다. 이 지역은 2017년부터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카자흐스탄에 살던 고려인들과 중앙아시아 외국인들이 모여들어 거주촌으로 변모했다. 현재 함박마을 전체 주민 수는 1만2000 명 정도다. 이중 절반이 넘는 61%가 외국인인데,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이 80%나 된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는 집세가 싸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까운 곳에 공업단지가 있어 취업 또한 용이하다.
외국인이 집단거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음식거리도 형성됐다. 이곳에 가면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요리 등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외국 식료품점 등도 들어서 내국인들도 즐겨 찾는 또 하나의 명소가 됐다. 이에 정부는 2020년 상생과 활력, 안심을 제고하겠다며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로 지정했다. 이 사업은 내국인 주민과 외국인의 공존을 위한 통합도시재생 계획이다. ‘고려인과 함께하는 상생교류소’와 세계음식문화공간 등을 건립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사업비로 240억 원이 책정됐다. 소통‧협력, 치안, 상권, 교육, 주차 및 폐기물, 정주지원 등 부서별 6개 분야로 나눠 종합대책도 수립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연수구와 함박마을 내국인 상인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신문(6일자 15면, ‘함박마을 상인들, 보상 두고 연수구와 갈등’)은 함박마을에 외국인이 증가한 뒤 내국인 상권이 무너졌다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상인들은 “현재 집세를 내지 못해 가게에서 생활하는 상인들도 많은데 연수구에서는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거냐”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에서 추진하는 함박마을 도시재생사업에도 내국인 상인들을 위한 대책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영업보상을 원하고 있다. 함박마을에 외국인이 증가한 뒤 내국인 상권이 무너졌다며 이에 대한 근거로 매출액 자료를 구에 제출했다. 이에 구는 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한 함박마을 생존권 대책위원회는 연수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연수구는 상인들의 절박함을 계속 외면만 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외국인 상권 허가로 내국인 상권은 버틸 수 없는 지경인데 구에서는 보상이 없다는 말뿐”이라고 성토했다. 상인들은 지난 9월과 11월에도 집회를 열고 내국인 상권 보호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함박마을 내국인 상인들과 연수구 간의 갈등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무분별하게 상권 허가를 내줘놓고 정작 자국민 보호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을 흘려듣지 않으면 좋겠다. 정히 보상이 어려우면 다른 현실적인 대책이라도 수립해 내국인 상인도 보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