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상품이다. 그 경제적 속성과 가치는 미디어가 기능하는 사회경제적 맥락 속에서 변화된다.
현재 우리나라 드라마는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세 종류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지상파 주도의시장이었고 지상파 외주제작을 통해서 제작사가 살아가는 구조였다. 수입원별로 보면 편성조달비용이 70-80%, 협찬 20-30%, 판매 등의 부가사업은 매출도 크지 않았지만 IP대부분을 지상파방송이 가졌기 때문에 제작사 측에 대한 낙수효과도 미미했다. 잘해야 본전, 협찬규모에 따라 약간의 이익이 나는 구조다. 넷플릭스가 들어온 이후 글로벌OTT 외주제작이 또하나의 사업구조가 되었다. 넷플릭스는 전체 제작비를 지급하며 10-15% 정도의 적정이윤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제작사는 협찬에 목매지않고 제작에만 신경쓸 수 있었다. 지상파처럼 광고판매가 제작비를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제작비 규모도 커 돈에 작품을 맞출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모든 IP는 넷플릭스 소유이고 제작사는 단순 외주사에 불과한건 똑같았다. IP의 가치를 인식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보면서 IP보유 제작방식이 등장했다. 갯마을차차차, 이상한변호사우영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편성매출로 50-70%, 협찬 10-20%, OTT등 판매로 약 40% + a 정도를 거둘 수 있다. 장기적으로 IP를 활용한 레버리지를 만들 수 있기에 IP개발에 노력하게 된다. 재벌집 막내아들도 이 구조로 만들어졌고 jtbc 계열 프로덕션 SLL은 jtbc외에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에 판매하였다. SLL이 제작사 래몽래인과 IP 권리를 공유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은 스튜디오 드래곤, SLL 등과 같은 대형 프로덕션 중심으로 이 구조로 진화할거다.
넷플릭스가 드라마를 외주제작 하는데 쓰는 비용은 오징어게임 회당 28억, 스위트홈 30억 정도로 알려져있다. 미국 제작 드라마에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 잭라이언이 회당 800만 달러(약 100억 원), 왕좌의게임 1520만 달러(약 195억 원)에 비하면 1/4에서 1/8 규모다. 경제성이 높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가 갖고있는 가입자 확보능력에 비하면 저렴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넷플릭스 내부자료를 인용하여 오징어게임은 9억 달러(약 1.2조 원)의 가치를 지닌다고 보도했다.
헐리웃 보다 적은 투자비용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핵심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라 스토리만 검증된다면 제작비 규모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제작비 절대액 자체도 훨씬 저렴하다. 2021년 10월 한달간 아시아 국가의 넷플릭스 시청률 톱10 자료를 보면 홍콩, 말레이지아, 대만이 8개, 싱가포르 9개, 태국, 필리핀 6개, 베트남은 무려 10개가 다 한국 드라마이다.
지상파 드라마 광고상황을 살펴보면 지상파와 OTT간의 차이가 명확해진다. 수목드라마(미니시리즈)광고재원 100% 완판시 9억, 평균 판매율 70%를 적용하면 6-7억 정도다. 매출을 다 외주제작사에 제작비로 넘겨줘도 7억 전후다. 2018년 5-6억, 2020년 7-8억 하던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2022년부턴 평균 10억이 되었다. 넷플릭스가 올려놓은 드라마 제작비는 지상파 및 국내 방송사의 경영환경을 옥죄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드라마가 수익에 기여하는 바 없지만 안하자니 간판인데 체면이 상하고 하자니 할수록 적자구조라 참 애매하다. 결과적으로 편성물량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게 싫으면 넷플릭스 등 OTT와 공동방송 형태가 된다.
드라마에도 규모의 경제라는 경제원리가 적용된다. 구조적으로 지상파방송은 인구 5000만 명이라는 제한된 국가 안에서 방송을 하는데 넷플릭스 처럼 글로벌 시장을 두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회사와 경쟁하긴 어렵다.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라 미국의 지상파방송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고있다. 넷플릭스는 기술발전으로 등장한 방송생태계의 교란종에 가깝다. 답은 나와있다.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지렛대 삼아 발전하기 위해서는 프로덕션의 대형화와 함께 양질의 IP를 긴 안목으로 확보하는 것 말곤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원천소스인 웹툰의 지배력이 우리나라가 세계1위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