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보물은 명랑한 표정과 쾌활한 마음이다“, “진정한 희망이란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것이다”, ”혼자 잘 살면 된다.“
이것은 누가 한 말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염세주의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의 명언이다. 근래 쇼펜하우어 열풍의 이유는, 광대한 푸른 하늘의 뜬 구름이나 적막한 밤하늘에 뜬 별들과 같은 관념적인 행복이 아니라 손에 만져지는 작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지금의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은 원대한 꿈(?)보다는 여행을 하고 액티비티를 즐기고 자신의 시간을 갖는 작은 꿈을 이루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럼 ’지구는 누가 지키지?‘ 하는 염려가 되지만 개인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인류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것들
작은 행복, 그것은 조금만 눈여겨 보면 우리 가까이 어디에나 있다. 다만 우리는 늘 너무 바쁘게 지나치기 때문에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금만 느리게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면 대수롭지 않았던 어떤 존재에서 인생의 깨달음이나 기쁨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내가 없으면 안될 것 같은 망상으로 일벌레처럼 살아왔다. 그러다 6년전 파킨슨병을 얻었다. 2배속으로 재생되던 나의 생이 갑자기 화면 정지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감사할 것을 찾다보니 하마터면 평생 잃어버릴 뻔한 내게 주어진 나머지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후부터 나는 시간을 내어 제주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느리게 걷다보니 사소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석보다 예쁜 바닷가의 조개껍데기, 길 가에 낮게 앉아있는 들꽃, 나뭇가지 사이에 기하학적인 거미줄과 그 사이로 지는 노을 등 모든 것이 감동이었다.
처음에는 사소한 발견을 해도 잠시 미소가 지어질 뿐 뭐 달라지는 게 없었다. 그러나 사소한 발견이 하나 둘 쌓이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과 자연 속에는 삶의 지혜와 인생의 메타포가 숨겨져 있다. 큰 것만 꿈꾸며 바쁘게 다니다 얻은 큰 병도 사소한 발견 하나하나로 이길 힘을 얻었다.
세상에는 허투로 볼게 없다
그날도 나는 야근 중이었다. 퇴근하는 직원이 주고간 포도 한 송이를 한 알씩 따먹다보니 어느 새 포도알은 사라지고 한 그루의 나무 같은 빈 가지만 눈 앞에 남았다.
싱싱하고 달콤한 포도알 같은 사랑이 사라지고 이별 후 앙상한 가지만 남은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허무했으나 결국 우리는 한 가지에 붙어있는 하나였구나 하는 사소한 발견 덕분에 시린 마음이 따뜻해졌다.
다 먹고 남은 포도송이의 빈 가지, 거기서 찾은 사소한 발견이 “포도를 다 먹고 금방 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독특한 제목의 나의 첫 시집을 탄생시켰다.
이제, 사소한 발견을 시작하자
느린 걸음으로 자세히 보면 어디서나 사소한 발견을 할 수 있고 그것은 우리에게 소확행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함께 그 길을 걸어가 보자. 때론 우리 마을 골목에서, 때론 들판에서, 때론 그림이나 음악에서, 때론 식당에서, 때론 생활용품에서 우리는 사소하지만 감동적인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행복해질 것이다.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