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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한반도 리뷰] 북한은 왜 겹화살괄호를 던져버렸나?

 

총선 이슈가 블랙홀이 되어 대한민국의 모든 화제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 틈을 잠시간 비집고 들어온 뉴스는 다름 아닌 미국발 ‘김정은 전쟁결심설’이다. 1월 11일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소속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가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Is Kim Jong Un Preparing for War?’ 제하의 칼럼이 발단이었다. 국내 다수의 언론매체가 연쇄적으로 이 칼럼을 전쟁설의 근거로 인용보도하였고 그 파장은 총선을 앞둔 정치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주변사람들까지 내게 ‘진짜 전쟁이 나느냐’고 물어보는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의 단계로 나아가는듯하다. 지척에 DMZ를 두고서도 경계 너머 북한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일상을 살면서, 태평양 건너에서 쓰여진 칼럼 한편에 요동치는 우리사회의 모습에서 저마다 내재된 분단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또렷이 확인하게 된다.

 

언론지면을 전쟁위기설이 장식하는 사이, 북한은 화답이라도 하듯 지난 일주일간 동해와 서해로 세차례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위기국면의 한반도에서 조연이 되기를 거부하는 몸짓이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두 개의 전선(러-우·이-하 전쟁)과 경제안보의 진영화 흐름 속에 남북관계는 본격적인 경색국면에 진입하였다. 우리는 조금 더 냉정하게 이러한 전쟁설과 같은 ‘밴드왜건 효과’의 전조현상들에 시선을 고정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언급할 때 사용하던 겹화살괄호였다. 북한 문화어에서 겹화살괄호는 대상 어휘에 대해 강조하거나 특정한 의도를 드러내고자 할 때 종종 쓰인다. 북한은 지난해 7월 10일 이후, 그간 대외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서 사용하던 ‘남조선’ 호칭을 겹화살괄호 속 ‘대한민국’으로 적극 대체하기 시작했다.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였다. 대한민국은 주로 ‘적대국가’(rivalry)의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앞뒤 인용부호의 존재는 전문가들의 여러 추측을 양산했다. ‘통일을 추구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남북간의 기존 문법을 전면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중의적 뉘앙스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북한이 인용부호를 던져버렸다. 북한이 날 것의 대한민국을 단독 언급한 것은 지난해 12월 30일이었다.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체제통일’을 국책으로 정한 대한민국과는…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발언 형식의 보도가 기점이었다. 이후 북한의 공식매체에서 ‘대한민국’을 에둘렀던 겹화살괄호는 일제히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1월 2일 김여정 부부장의 ‘대한민국 대통령’과 같은 고유명사의 방식으로 여러차례 등장하고 있다. 참고로 주변국을 병렬식으로 언급할 때의 관행도 지난 12월 2일부터는 미·남·일에서 미·일·대한민국으로 그 순서를 바꾸었다.

 

1월 15일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의 시정연설에서 김위원장이 언급한 ‘전쟁시 대한민국의 공화국 편입’ 문제는 차기 회의에서 북한의 개헌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태평양 건너편에서 관측된 ‘전쟁할 결심’이 부디 억측이었기를 바란다. 적대국가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체계적인 빌드업은 한반도에 어떤 모습의 나비효과로 나타날까? ‘대한민국과 북한’은 평화로이 공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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