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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예술엿보기] 재미와 생생한 현장감이 넘치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2)-생업에 몰두한 사람들

생업의 모습을 즐겨 그린 김홍도

 

지난번 김홍도 풍속화 칼럼에서 우리는 삶을 즐기는 선조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을 읽은 독자들이 그림 속의 인물들과 함께 즐거움을 누리며 호평을 남겨주어서 김홍도의 나머지 풍속화 중에서 생업에 몰두한 모습을 담은 그림들을 모아보았다. 그의 풍속도에는 유독 일하는 사람들의 정경이 많은 것도 그가 삶, 생존 그 자체를 그리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단원은 조선시대 문화의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영조, 정조 시대에 활약한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의 풍속화 중에서 씨름이나 서당은 일반에게 너무도 잘 알려져 있으며 농ㆍ상ㆍ공 등 서민사회의 생활정서를 일상생활의 모습 그대로 담고 있으며 익살스럽고 정감어린 작품들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풀무에 바람을 넣는 견습생, 달군 쇠를 모루 위에 대주는 사람, 쇠를 모양에 맞게 쇠망치로 내리치는 사람, 다 만든 연장을 숫돌에 가는 사람 등 대장간에서 일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즐거운 금속음이 들리는 듯하다.

 

 

당시 어촌의 고기잡이 방법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울타리처럼 쳐져 있는 울짱, 얕은 바다나 산발치가 바다로 들어간 섬의 모래벌에 세운다. 주로떡갈나무나 소나무를 사용한다. 울짱의 귀퉁이에는 물살에 따라 물고기가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임통(통발)을 설치하여 밀물때에 물고기가 거기에 들어와 갇히게 된다. 어부들은 배 2대로 나누어타고 임통 밖의 물고기를 임통 안으로 몰아넣은 뒤 배를 타고 임통으로 들어가서 고기를 잡는다.

 

그림에서 보면 울짱에서 물고기를 건져 배에 건네는 사람도 보이고, 중간의 배에는 아마도 물고기를 그 자리에서 조리하는 듯한 솥단지가 보인다.

 

 

대패질하는 목수, 수평을 맞추는 사람, 흙을 개어 올려주는 사람, 기와를 던지는 사람, 기와를 받는 사람 등 분업이 잘 이루어진 기와이는 현장이 그대로 표현되었다.

 

옆에는 주인인 듯 보이는 양반이 일을 잘하나 감시하듯이 긴 작대를 들고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 양반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이 저마다 자기 일에 열중이다. 단원의 노동현장 작품이 좋은 이유는 노동의 즐거움이 그들의 표정에, 근육과 몸동작에 생생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에는 길쌈의 도구들이 자세히 나타나 있어 당시 서민의 생활사를 연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화면은 2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단에는 베매기를 하는 여인이 있고, 하단에는 배짜기를 하는 여인과 이를 지켜보는 할머니, 등에 업힌 아이, 서 있는 아이가 있다.

 

익살스러운 단원의 필치가 엿보이는 것은 마치 뒤에 서 있는 할머니가 베짜는 여자의 시어머니인듯, 손자에게 시켜 며느리에게 뭔가 지시하고 있는 듯하다. 손자는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아마 "엄마, 함니가 좀더 빨리 하래?" 눈치도 없이 이런 말을 한 건 아닐까?

 

 

봄이 되었다. 논을 갈아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소들의 육중하고 힘 있는 움직임에 굳었던 논바닥이 부슬부슬 일어나 흙들이 부드러워진다. 웃옷을 벗어던진 농부의 팔뚝에 힘이 들어가 근육이 생생히 보이고 거기에 땀방울이 맺힌다. 쨍그랑 쨍쨍~ 쟁기 부딪히는 소리가 날 것 같은 느낌, 경쾌하게 약동하는 농촌풍경이다.

 

 

무더운 여름 어느 날 방 안에서 담배를 써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이 그림에도 두 부류가 나타나는데 왼쪽 상단의 작두질하는 사람과 오른쪽 아래의 담뱃잎을 정리하는 사람은 일하는 부류(아마도 아랫사람)이고, 오른쪽 상단의 작두질을 구경하는 사람과 왼쪽 하단의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이 일을 시킨 주인들인 것 같다.

 

김홍도의 그림에는 종종 이렇게 노사가 함께 나오는데 분위기는 아주 평화롭고 밝다. 즐겁게 일하는 노동자와 그들과 격의 없는 사주의 모습, 이것이 당시의 현실인지, 김홍도의 바람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요즘 노동분쟁으로 시끄러운 회사들은 노사 막론하고 단원의 풍속화에서 한 수 배워야 하는 게 아닐까?

 

[ 글 = SG디자인그룹대표. 시인 권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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