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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제3지대의 언어도단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다. 경제 수준과 정치적 성숙도를 등가할 수는 없겠지만, OECD 국가중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는 미국과 우리나라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는 있지만,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책임제가 절충된 이원집정부제로 순수한 의미의 대통령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미국은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치밀하게 마련돼있다. 의회와 행정부는 각각 심사권과 거부권을 통해 서로를 견제한다. 의회는 법률안 제출권을 독점하고 예산 편성 초기부터 관여한다. 의회와 협조하지 않고는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법률 하나, 예산 한 푼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구조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에게도 법률안 제출권이 있다. 예산은 행정부가 전부 편성하고 의회는 심사 과정에서 수정하는 정도의 권한만 가진다. 게다가 의회 구성원, 즉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장관)에 선임되어 내각에 참여하기도 한다. 권력의 추가 대통령에게 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유다.

 

아무리 권력을 분배한다고 해도 대통령제는 필연적으로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행정부가 예산을 전적으로 편성하고 법률안도 만든다. 국회의원을 데려다 장관으로 삼기도 한다. 그러니 한국의 대통령제가 제왕적인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제왕적 대통령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양당정치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야당이 똘똘 뭉쳐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당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게 된다. 결국 집권 여당과 야당이라는 두 당만이 실질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미국도 한국도 양당제가 고착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대부분이 다당제인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제3지대를 외치며 기존 정당에서 뛰쳐나오는 이들은 4년마다 보아오던 풍경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다들 “양당정치의 타파”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양당정치의 타파를 외치는 이들 중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는 없다. 양당제가 필연인 대통령제, 특히 한국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제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다당제를 추구하겠다는 것은 불가능의 추구다. 그렇기에 제3지대를 외치는 이들이 양당제 폐해의 개선이 아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금빼찌 몇 개 얻어 보겠다는 심산이 아닌지 의심된다.

 

우리는 이미 충분한 경험을 했다. 대통령제에서 양당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소수정당은 존재 자체로만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뿐이다. 거대 양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특히 20석 이상을 얻어야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소수정당이 정책적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게다가 지금처럼 기존 정당에서 뛰쳐나가 새로운 당을 만든 이들은 결국 다시 거대 양당으로 흘러들어가곤 했다. 그간의 경험은 충분히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라 예측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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