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예방의학, 남한은 치료중심 의학이다. 북한은 1966년 보건의료를 ‘예방의학’이라고 규정했다. 예방의학은 병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 하는 것이고, 치료중심 의학은 이미 발생한 병의 회복에 중점을 둔다. 예방의학은 환자가 발생하기전 의사가 담당구역을 찾아가 예방하고, 치료중심 의학은 환자가 의사를 찾아간다. 찾아가고 찾아오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면 의사나 환자도 좋겠다.
북한에는 의사담당구역제가 있다. 이 제도는 1948년부터 시행되었다. 의사에게 담당구역을 맡겨 구역내 주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의사는 담당구역으로 나가 방역과 위생에 대한 상식을 전달한다. 의사와 간호사는 약품과 주사기를 챙겨가지고 담당구역 학교에 찾아가 예방접종을 했다. 아버지가 자주 왕진가방을 메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다녀오면 가방안에 환자들이 넣어준 사탕이며 과일이 들어있었다. 사람들은 먹고 사는 일이 급했기 때문에 크게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 의사도 환자가 병원에 오기를 바라지 않는다. 의사나 환자나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예방의학을 말할 수 있는 것도 오래전 일이다. 1990년 이후 홍역, 말라리아, 파라티브스 같은 전염병이 돌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병원 입원실은 물론 복도까지 환자로 가득 했다. 치료할 약품과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치료라고 해봤자 링겔을 주사하는 방법밖에 없다. 나 자신도 파라티브스라는 전염병에 걸려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었다. 하루만에 몸속 수분이 모두 빠져나가고 고열이 났다. 그 때 아버지가 제조한 약을 먹고 회복되었다. 전염병 뿐아니라 결핵과 같은 환자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치료중심 의료체계가 미약했기 때문에 대처할 능력이 없었다.
북한의 국가 중심 예방의학 시스템도 진화되고 있다. 신체의 특정부문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생기면서 의료분야가 세분화 되어가고 있다. 평양에 건설되고 있는 류경치과병원, 류경안과종합병원, 평양종합병원, 옥류아동병원, 평양산원 부속기관으로 유선 종양연구소 등이 그 예이다. 남한보다 3차 의료기관이 많은 북한에서 상급병원을 중심으로 먼거리의료봉사가 시행중이다. 먼거리의료봉사는 원격으로 진단과 치료를 한다. 원격의료 도입으로 환자가 도급 의료기관을 찾지 않아도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다.
한편으로 국가가 의사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들은 자발적으로 개원을 한다. 개원한 의사는 시장에서 구매한 약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이제 환자는 치료를 잘하는 의사를 찾아간다. 개원한 의사는 환자가 많이 찾아오기를 기다린다.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의료행위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약이 판매되어도 통제 불가능하다. 검증할 수 없는 약을 장마당에서 구입해 사용하다보니 환자의 생명은 바람앞에 놓인 등불과 같다. 어찌되었든 환자는 고통을 줄이고 빠르게 치료되는 의료서비스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