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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퇴직연금 200조 원 시대…뜨거운 유치 경쟁

지난해 말 기준 잔액 198조 479억 원
'비이자이익' 장점에 은행 영업 박차

 

은행권의 퇴직연금 규모가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ELS 사태 등으로 추가적인 수수료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간에 걸쳐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은행들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198조 479억 원이다. 이는 1년 새 27조 2224억 원 증가한 것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감안하면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들어 200조 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사전운용지정제도)이 도입되면서 은행권 퇴직연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별도 운용지시 없이 사전에 지정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은행이 투자할 수 있도록 했고,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금융소비자들이 확정급여형(DB형) 상품에 묶어뒀던 퇴직연금을 옮기면서 적립금액이 빠르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가입하는 확정급여형(DB형)과 근로자가 관리하는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구분된다.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IRP 상품으로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IRP 적립액은 1년 전에 비해 29%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해 7월 디폴트 제도가 도입된 이후 더욱 빠르게 늘어났다"며 "금융소비자의 니즈도 있었지만 은행들 역시 관련 영업을 강화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퇴직연금 영업에 힘을 쏟는 이유는 비이자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을 통해 펀드 등 투자상품을 가입할 경우 은행은 운용보수 등 추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퇴직연금은 상대적으로 가입기간이 길어 장기간 수익원을 확보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홍콩H지수 ELS 사태 등으로 금융투자상품을 통한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퇴직연금 판매는 은행의 핵심 수수료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각종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들의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30일까지 IRP계좌에 50~100만 원을 이체한 고객에게 모바일쿠폰을 제공하고, 300만 원 이상 이체한 고객 중 30명에게 추가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5월까지 IRP 이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모바일쿠폰,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IRP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며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IRP 입금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헤 모바일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아울러 '큰 손'인 VIP 고객들 위해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전용 상담창구를 꾸리는 등 영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여의도에 VIP고객 대상 연금 상담센터 '하나 연금 더 드림 라운지'를 열었다. 신한은행도 전문적인 은퇴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한 연금라운지'를 운영 중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DLF, ELS 등 최근 몇년 사이 금융투자상품 판매와 관련해 은행에는 악재가 연이어 겹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금융투자상품 판매 등이 어려워지고 각종 수수료는 무료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어 퇴직연금이 은행의 비이자수익원을 보전해줄 수 있는 몇 안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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