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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특집] 下. 광명교육지원청의 교육복지…“절망에서 희망으로”

교육복지안전망사업, 위기학생에게 다양한 복지지원
한부모가정, 우울학생, 범죄학생 등 위기학생 선사례 소개
교육복지조정자, “교육복지는 강력한 시대의제”

 

아무도 돌보지 않는 소외된 아이의 인생에 치유의 등불을 비춰주는 정책이 있다. 바로 경기도교육청의 ‘교육복지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09년부터 도내 모든 교육지원청에서 운영되고 있다.

 

경기신문은 이번 기획을 통해 저소득층, 한부모가정 등 학교생활이 어려운 위기학생을 발굴해 알맞은 복지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위기학생의 나침반’ , 경기도교육청의 교육복지사업을 톺아본다. [편집자 주]

 

 

교육복지안전망사업은 교육복지사 미배치 학교의 위기학생들을 발굴해 교육청이 직접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학교에서 복지 의뢰가 들어오면 협의를 거쳐 신속하게 가동된다.

 

별도 선발기준 없이 담임교사 등이 심리·정서·학습·복지 분야에 취약한 학생으로 판단하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본지에서는 광명교육지원청의 교육복지안전망을 통해 절망에서 희망으로 도약한 위기학생들을 살펴본다.

 

 

◆“엄마는 잔소리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부모 가정으로 고등학생, 중학생 형들과 함께 생활하는 차현수 군(11)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화를 잘 내 따돌림을 받는 학교폭력 피해자였다.

 

이에 광명교육청은 차 군의 사례를 살핀 뒤 ‘바쁜 어머니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심리를 알아채고 학생과 어머니를 각각 개별 상담한 후, 공동체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했다.

 

모자는 가족캠프, 요리교실, 가족콘서트 공연 등을 참여해 형들 없이 단둘만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차 군의 담임교사 이성미 씨(가명)는 “차 군이 감정이 다치면 다시 감정을 추스르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화내는 횟수도 줄었고 감정에만 몰두하지 않고 다시 해 보려는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평했다.

 

차현수 군은 “엄마는 잔소리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상담 하면서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며 “특히 형들 없이 둘이서만 시간을 보낸 게 너무 행복했고 엄마가 나랑 얘기 하는걸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미정 씨(가명)는 “막내아들과 세대차이가 나서 말썽만 피운다고 생각했는데 부모교육을 통해 사춘기 아들과 대화하는 방법과 자녀의 이야기를 듣는 방법을 배우게 되면서 아들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아빠 없는 빈자리, 힘들 것 같았지만…”

광명교육청은 부모의 이혼 후 심리적으로 우울해하고 있는 서민영 양(12)을 ‘우리가족 징검다리’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우리가족 징검다리는 가족 상담과 여러 활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서 양은 처음에 소극적이었지만, 가족상담을 통해 ‘속상한 걸 참는다고 좋은 게 아니다’라는 걸 깨닫게 되며 어머니에게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아이로 발돋움했다.

 

상담 이후 그녀는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요리, 공예활동 시간에는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엄마를 쳐다보고 의견을 물어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나타냈다.

 

서 양은 ”집에 가족들만 있을 때는 몰랐는데, 다른 가족과 함께 어울리니까 남들이 하는 걸 따라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또 내가 아빠가 없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라 눈치가 안 보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빠 없는 빈자리가 힘들 것 같았는데 상담선생님의 조언대로 부모님의 사정에 따라 생활 패턴만 바뀐 거니까 앞으로 더 즐겁게 생활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덧붙였다.

 

 

◆범죄소년, 절망 속에서 희망을 품다

김선우 군(16)은 6학년 때 부모의 이혼 후 녹록치 않은 경제 환경 속에서 비정기적으로 일하는 아버지, 경계성 지능 및 주의력결핍장애 판정을 받은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김 군은 중1 때부터 결석하는 날이 잦아졌고 크고 작은 온라인 게임 아이템 사기에 연루돼 잦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광명교육청은 김 군을 지역기관 레카토교육봉사단에 연계했다. 그는 첫 상담부터 생활 및 학습의지가 박약했고 기초학력부진과 주의력 결핍을 보였다.

 

이어 기관에서는 김 군이 흥미를 보이는 게임에 대한 매뉴얼 북 제작과 운용 노하우를 기록하도록 했다. 그러자 김 군은 다음 상담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강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기관 측은 그에 맞춰 게임의 논리 구조를 중등 수학 개념과 연결해 학습 시켰고 매우 높은 수준의 성취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 군은 또 게임 아이템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학교를 자퇴하고 소년원으로 송치됐다.

 

다만 소년원 송치 시 부친과의 면회에서 수학 과목에 대한 여전한 흥미, 중등검정고시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광명교육청 측은 이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지원해 현재 김 군은 소년원 퇴소 이후 본 단체에서 중등검정고시 통과 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우울증과 지능장애를 이겨내고 꿈을 찾다

이지연 양(18)은 중2 때부터 집단 따돌림으로 경계성 지능장애 및 우울증 판정을 받은 상태였으며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아 진로상담이 필요했다.

 

이 양의 어머니는 조현병으로 치료 중이고 지방에 근무하는 아버지는 거의 부재한 상황이었다.

 

광명교육청 측은 그녀를 지역에 있는 진로상담 및 학습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레카토교육봉사단으로 연계했다.

 

해당 기관에서는 이 양을 주 3회 1달을 만나면서 학생이 미술을 하고 싶다는 것을 알고 희망플랜광명센터로 연계해 미술학원을 등록시킨 후 사후지원을 지속했다.

 

두 달 후 이 양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병원에서 재검사 후 약물도 약한 수준으로 바뀌었고 복용량도 줄어드는 등 긍정적 예후도 보였다.

 

광명교육청 교육복지조정자는 “이 양은 예전에는 모의고사 답안지도 쓰지 않고 제출했지만 이제는 모의고사 2과목에서 3등급을 받고 수능 때는 약을 복용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우울증 약을 끊을 정도로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며 “부모님도 상담을 통해 학생을 많이 이해하면서 변화를 이끌어가는 데 협조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양은 11월 수능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지만 미대 입시가 아닌 심리학 등 사회과학 계열로 진학 목표를 잡고 재수를 하고 있다.

 

◆이경미 교육복지조정자, “교육복지는 시대의제”

이경미 광명교육지원청 교육복지조정자는 교육복지에 대해 위기신호를 가장 먼저 알리는 ‘카나리아’라고 표현했다. 학교 안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신호가 파악되기 때문이다.

 

이 조정자는 “교육복지는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교육복지는 학교 또는 지역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니라 강력한 시대의제다”라고 강조했다.

 

또 “청소년들에게 출발선의 공정성 문제는 성숙한 사회적 양식에 기반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교육복지는 복지와 인권은 21세기 시대정신이자 청소년들의 화두인 공정과 정의의 가치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그녀는 향후 ‘해피 에너지 바이럴 마케팅’ 운동을 전개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사각지대 학생들의 행복권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 조정자는 “광명교육청의 교육복지 해피 바이러스는 시나브로 전파돼 학교문화를 바꾸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위기학생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취약계층과 사각지대 학생의 복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며 공정사회의 출발점이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경기도교육청 협찬으로 진행함.

 

[ 경기신문 = 이보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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