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도 젊어질 수 있는 역노화 시대가 우리 곁에 와 있다고 한다.
아주대 의대 연구팀은 최근 노인 장기조직에 ‘중간노화세포’라는 새로운 개념의 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여기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 다시 젊은 세포와 비슷한 기능으로 회복할 수 있음을 규명하였다. 중간노화세포의 기능회복으로 항노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고 하며, 그 내용은 2023년 11월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 판에 발표되었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질병의 일종이며, 그래서 치료될 수 있다는 주장은 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이자 노화와 장수 분야 권위자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가 자신의 25년 연구를 집대성한 저작에서 펼친 핵심 내용이다. 그 책이 2019년에 출간되자 도처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우리나라에는 그 다음해 '노화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나왔고, 그 책에 소개된 소식,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이 유행처럼 번졌다.
생명 연장을 주제로 한 대부분의 연구와 저작은 의사, 과학자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그런데 투자전문가가 이 분야의 책을 내어 또 다른 주목을 받았으니, 2021년에 출간된 세르게이 영의 「역노화」가 그것이다. 그는 장수 분야의 저명한 선각자 50명 이상을 만나 나눈 대담과 최첨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과 교류한 내용을 토대로, 나이 들수록 젊어지는 로드맵을 제시했는데,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150살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장수란 조기 사망을 예방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노화를 역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건강 데이터나 인공지능을 이용한 헬스케어의 혁신, 표적 항암치료로 알려져 있는 CAR-T세포 치료, 줄기세포를 이용한 장기 이식 및 장기재생 등 의학과 테크놀로지의 발전 속도가 가속화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8년에 노화를 질병으로 분류하고, 노화 제어와 치료제 개발을 주요과제로 제시했는데, 이런 결정에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한 몫 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바이오벤처기업 턴바이오가 줄기세포 기반의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이용하여 피부를 4~5년 전 상태로 되돌려주는 신약을 개발하여 임상이 임박했으며, 이 기술은 장기와 조직의 노화세포도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회춘약의 기전이라는 소식이 지난 주 전해지자, 턴바이오에 투자한 국내 제약회사의 주식이 주식 시장에서 테마주로 주목받기도 했다. 과학자와 기업가, 그리고 투자자들은 이미 장수 분야 가능성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정말 장수하기를 원하는가?
병상에서 무기력하게 보내는 생의 마지막 모습을 보아왔기에, 대다수 사람들은 너무 오래 사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이렇듯 사람들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며, 장수연구의 목적도 이와 같을 것이다.
사실 장수보다 더 간절한 바람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혹은 사고로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의술과 기술 혁신으로 보통사람과 같이 보고, 듣고, 걸어 다닐 수 있는 날이 하루라도 더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머잖아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촉발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국면에 대화와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다. 늘어나는 정원이 공공의료 및 지역의료의 공백을 메우게 될 뿐만 아니라 첨단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